

北 선수·자원봉사자 눈인사
외국인과 공기놀이 '어울림'
차별없이 서로간 격려 '훈훈'
서로 다른 인종과 언어, 종교, 문화를 가진 45개국 아시아인을 한자리로 모은 인천아시안게임이 타국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고정 관념의 벽을 허물고 있다.
30일 오후 찾은 인천 구월아시아드 선수촌에선 한국 여대생 자원봉사자들과 아프가니스탄 사이클 선수들이 '공기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잠시 길을 묻던 선수들이 자원봉사자들이 하던 공기놀이에 흥미를 보이며 옆에 앉았고, 자원봉사자들도 신나게 공기놀이 규칙을 설명했다.
이처럼 외국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20대 여대생들도 처음엔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 특히 중동 국가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국가의 사람을 만나더라도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눈다.
자원봉사자 김화인(23·여)씨는 "처음에는 카타르같은 중동 사람을 보면 덩치도 크고 피부색도 달라 무섭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다"며 "오히려 먼저 다가와서 격려도 해주고 인사도 하는 모습에 힘이 났다"고 말했다.
이슬람 국가는 폐쇄적이고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할 것이라는 생각도 선수들과의 만남을 통해 바뀌었다.
자원봉사자 남궁예진(23·여)씨는 "히잡을 두르고 다니는 여성 선수들은 남자들과 말도 못섞는 줄 알았는데 남자 선수들과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편견이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흔쾌히 사진도 같이 찍어주는 등 예상외로 개방적이었다"고 말했다.
입국부터 귀국까지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었던 북한 선수단도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최대의 관심사.
처음에는 말을 붙여도 대꾸조차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아연(21·여)씨는 "첫 날에는 북한 선수단이 대열을 갖춰 이동하고 보안요원들이 앞 뒤로 따라붙어 인사도 못했지만 요즘은 그래도 '네'라는 짧은 대답과 눈인사 정도는 해준다"며 "북한 선수들도 똑같은 사람이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열리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선진국도 후진국도 중요하지 않다. 각국 선수들은 경기장으로 가는 셔틀버스 정류장 앞에서 아는 선수를 만나면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격려한다.
임경애 (21·여)씨는 "선수촌이나 경기장에선 선수 대 선수로 만나기 때문에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며 "일본이나 중국 등 상대적으로 잘 사는 나라 선수들도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거나 무시하는 모습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