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 원작 만화 2·4위 차지
인하대 권장도서 대출 1.7%
독서토론문화도 참여 저조
대학 도서관이 '동네 책 대여점'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인천대학교 학산도서관에서 이달 1~24일 가장 많이 대출된 책은 만화 '미생'이다. 총 19회 대출됐다. 두 번째로 많이 대출된 책은 경제학 수업 교재로 흔히 쓰이는 '맨큐의 경제학'(7회)이다. 이는 대학생의 도서관 이용 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대기업 회사원의 직장 생활을 그린 만화 '미생'은 올해 인천대 도서관 대출 순위 1위(241회)를 달리고 있다.
올해 대출 순위 5위 안에는 '대하역사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2위·122회),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4위·72회) 등 만화책이 3권이나 포함됐다.
특히 고전을 원작으로 한 만화책의 인기가 높다는 점에서 대학생들이 원전(原典) 읽기를 기피하고 있는 경향도 엿볼 수 있다.
만화책을 소장하고 있지 않은 인하대학교 정석학술정보관의 경우, 올 1학기 기준 대출 순위 1위는 조정래의 '정글만리 1'(72회)이다. 2위는 정유정의 '28'과 조정래의 '정글만리 2'(각각 61회), 4위는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Guillaume Muss)의 '내일'(59회)이다. 서점가 베스트셀러가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각 대학에서 권장하는 책은 얼마나 읽히고 있을까. 지난 20~24일 인천대 도서관 대출 도서 1천314권 가운데 '인천대 필독 교양 도서 100선'에 포함된 책은 33권(2.5%)에 그쳤다. 같은 시기 인하대 정석학술정보관 대출 도서 3천94권 중 '정석 100선'으로 선정돼 있는 책은 55권(1.7%)에 불과했다.
대학생들이 책을 잘 읽지 않거나, 독서의 다양성이 떨어지다 보니 대학가 독서 토론 문화도 차츰 사라지고 있다. 인하대 전체 중앙 동아리 106개 가운데 독서 토론 동아리는 2개, 인천대는 56개 중 3개뿐이다.
인하대 독서 토론 동아리 '독서 삼매경' 회장 최현(32·경제학과)씨는 "매주 한 권의 책을 선정해 읽고 토론한다"며 "가입 회원 수는 160명이지만, 실제로 토론에 나오는 학생은 6~9명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인하대 철학과 90학번 김진택 포항공대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는 "(대학을 다니던)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시와 소설이 많이 읽히던 시절이었지만, 요즘은 시집을 들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보기가 힘들어졌다"며 "인문학이 가진 성찰이나 비판의식이 없는 독서는 좋은 독서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경호·김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