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강고한 기득권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야당도 고질적 계파주의 탈피해야 혁신 가능
보여주기식이라면 국민들과 멀어질수 밖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보수혁신위원회와 정치개혁실천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으나 국민들과 유리된 그들만의 혁신 프레임에 갇혀 있다. 여야의 혁신안은 그동안 늘 제시돼 왔던 방안들로서 새로운 정당체제로의 변화를 담보할 내용들을 담고 있지 못하다. 최근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가 내놓은 안은 불체포특권 내려놓기, 출판기념회 금지, 무노동 무임금 겸직 금지, 세비 동결 등 낯익은 내용들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새누리당 의총에서 반대에 직면했다.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신이 임계점에 다다른 상태에서 제기된 혁신안에 대해 새누리당 의총에서 불만이 제기됐다니, 국민들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 정치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출판기념회 금지와 본회의 불참 의원에 대한 세비 삭감에 법리적 문제가 따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정치권이 보여준 행태에 비춰 볼 때 혁신적 대안이 아니고서는 의원들의 모럴해저드를 막을 길이 없다.

한국정치는 타협과 협상에 익숙하지 못하다.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거대여당과 거대야당이 시민사회의 균열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소수의 의견이 정치적 의사로 형성되지 못하는 정치에서 정당의 존재를 찾는 것은 무의미하다. 예산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는 후진적 한국정치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다. 상임위를 거치면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15조원이나 증액된 예산안은 무상복지를 둘러싼 여야간 논쟁의 공허함을 보여주고 있다.

새누리당이 내세우는 보수의 혁신은 개혁적 보수를 지향함으로써 기득권에 집착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가치가 있다. 새누리당이 표면적으로는 무상복지를 과도한 복지가 경제활성화에 짐이 되고 경제활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논쟁의 핵심이 법인세 등 직접세의 증세를 둘러싼 논쟁이고 보면 새누리당이 대기업의 이해에 포획돼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최근 새누리당 일각에서 법인세를 일시적으로 인상해서 경제적 효과를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당이 모든 계층을 대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혁적 보수가 새누리당이 나아갈 방향이라면 특정 세대와 지역의 지지에 연연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대표할 수 있는 정당체제로의 전환에 정당혁신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정당혁신은 정치개혁의 차원과 연계돼야 한다. 정치제도와 선거제도 혁신, 당청관계의 개선 등 정치 전반에 대한 개혁은 최종 심급에서 정치가 제 본령을 다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안위와 특권에 집착하고 기득권에 몰입하는 행태가 지속되는 한 정치 자체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나 당권·대권 분리, 상향식 공천 등은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표출되고 이익이 집약될 수 있기 위한 방편으로 작동될 때 의미가 있다. 당내 계파의 존재도 경쟁과 협력을 통해 정책을 토론할 수 있는 기제로 기능할 때 존재가치가 있다.

정당체제가 국민의 의사를 집약해 수렴함으로써 계층간의 갈등이 원만하게 제도권내에서 수렴되는 것이 건강한 정당체제다. 그러나 정치권의 혁신 노력은 그러한 정치의 기능과 정당문화를 견인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에 천착하지 못한다. 보여주기식의 혁신은 국민들과는 유리될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권·당권 분리 역시 그들만의 기득권을 둘러싼 논쟁과 다름없다. 여당은 강고한 기득권의 프레임에서, 야당은 만성적이고 고질적인 계파주의에서 탈피할 때 여야 정치권의 정당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 여야의 혁신이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지향하는 이념적 성찰이 전제되지 않으면 또 한 번의 신장개업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