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귀가 아프도록 들리는 말이 '찌라시'더니 '찌라시'가 드디어 대통령 입에서까지 나오면서 신문 지면에도 '찌라시'가 널렸다. '찌라시'가 도대체 뭔가. 모 신문은 '일본어 지라시(散ちし)에서 유래했고 증권가 정보지를 의미한다'고 했지만 일본어에서 유래한 게 아니라 토종 일본어고 '지라시'가 아니라 '찌라시'다. 그것도 외국어 된소리(硬音) 표기를 안 하는 게 원칙이라면 '치라시'가 맞다. 또한 '散らし'도 아니고 '散' 자체가 '찌라시(ちらし)'고 뿌리는 건 '찌라스', 뿌린 건 '찌라시'다. 뜻도 여러 가지다. 뿌리는 광고지나 신문 호외 종잇장뿐 아니라 쑥대머리 산발(散發)도 '찌라시 가미'고 알약(散藥)도 '찌라시 구스리', 제사 때 신전에 뿌리는 쌀도 '찌라시 요네(散米)', 초밥에도 '찌라시즈시'라는 게 있다. 그밖에도 무늬 도안의 약어인 '찌라시 모요'나 와카(和歌→일본 고유형식의 시)의 슈기항(衆議判→歌合대회에서 중론으로 우열을 가리기) 때 노래 책자를 한 부씩 배부하는 일 등 일본 전통문화의 '찌라시' 용어는 여러 가지다.

글로벌 시대다. 일본어라고 해서 기피할 건 못 되지만 일제 때 일본어 강제 교육을 받은 일본어 세대는 '찌라시' 따위가 귀에 몹시 거슬릴 것이다. 일제 36년의 일본어 잔재는 참으로 질기고 아직도 무심코 말하는 우리 생활 용어 중의 일본어는 숱하게 많다. '가'자 돌림만 해도 가도(카도→모서리), 가라(카라→가짜, 거짓), 가이당(카이단→계단), 간조(칸조→계산, 셈), 곤조(콘조→根性), 고데(코테→머리 인두질) 등 이루 열거할 수도 없다. 특히 건축 토목 용어는 아직도 거의가 일본말이고 신문 제작 용어에도 일본말은 쌨다. 사시마와리(수습기자 돌리기), 도꾸다네(토쿠다네→특종), 미다시(標題), 우찌까에(우치카에스→기사 내용 뒤집기), 쪼찡(초칭→아부성 기사 쓰기) 등.

'청와대 찌라시' 유출의 '찌라시'를 비롯해 '진검승부' '간발의 차' '낭만' 등 아직도 일제 식민지 언어를 모르고, 또는 알면서도 그대로 쓰고 있는 게 안타깝다. 하긴 '찌라시'만 해도 '흩어진 종이 조각'이라고 할 수도 없고 딱히 교체할 적절한 우리말이 없긴 하다. 그래도 '찌라시' 따위 일본말은 몹시 귀에 거슬린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