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6천810원… 정부 최저임금 보다 1천230원 많아
남지사, 새누리당 소속 단체장으로는 최초 도입
앞으로 정치판에 어떤 영향 미칠지 지켜 볼 일이다


경기도 생활임금이 시작됐다. 지난 25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도 생활임금위원회가 제시한 생활임금 시급 6천810원을 받아들인 덕분이다. 광역단체로는 서울에 이어 두번째다. 위원회가 제시한 액수가 서울시 생활시급 6천687원보다 많아 어느정도 감액을 예상했지만 남 지사가 선뜻 사인을 해 오히려 담당자들이 적지않게 놀랐다는 후문이다. 생활임금 지급 대상은 경기도 소속 직접 고용근로자 401명이다. 이들은 기존 임금보다 월 최대 24만5천원에서 최소 11만1천원의 임금상승 효과를 얻게 된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최대 293만9천원, 최소 133만2천원이 상승하는 효과다.

생활임금은 ‘근로자가 가족을 부양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말한다.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주거비와 식비 등 최소 생계비용 외에 의료비와 문화비 등도 포함한 임금이란 뜻이다. 지자체가 직접 고용하거나 위탁·용역을 준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니 많을수록 좋다. 재정이 든든하다면 1만원을 넘겨 준들 아무 문제 될 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온갖 무상시리즈로 지자체들은 돈이 없다고 난리다. 곳간이 비었다고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생활임금도 모두 도민,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도가 올해 생활임금 지급에 필요한 예산은 총 12억 원이다.

경기도 생활임금은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시급(5천580원)보다 1천230원이 많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월 142만3천원(6천810×월 근로시간 209시간)으로 최저 임금제로 받는 월급보다 25만6천780원 많다. 생활임금은 수원시(6천600원), 부천시(6천50원)도 이미 시행 중이다. 모두 새정치민주엽합 소속 단체장들이다. 경기도는 생활임금이 민간사업장으로도 자연스레 확대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민간기업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제’를 적용하면, 사실상 이들의 급여를 올려주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면 좋겠지만 형편상 그렇지 못할 경우 여전히 최저임금제를 적용받은 대부분의 민간기업 근로자들의 소외감과 반발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기도는 알아야 한다. 경기도 생활임금이 자칫 노사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게 그런 이유다.

연정이 없었다면 경기도 생활임금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생활임금은 8대 도의회때 새정치민주연합 주도로 전국 광역단체 중 최초로 조례가 제정됐지만, 도가 재의를 요구하며 파행을 겪었었다. 당시 도는 “생활임금은 최저임금 등을 고려해 산정되는 것으로 근로조건에 관한 국가사무이고, 도 소속 근로자의 임금·인사와 관련된 결정은 도지사의 고유한 권한인데 조례는 이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지사 역시 “최저임금도 못받는 근로자가 169만명이고 도내 임금체불액이 3천600억원이다. 현실을 안 보고 이상만 보고 조례를 만들면 누가 책임지느냐”며 반대했다. 그러나 남 지사가 취임해 연정을 추진하면서 정책과제로 합의됐고 마침내 시행에 이르게 됐다. 경기도의 생활임금제가 연정이 준 선물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새정치연합은 생활임금을 법제화 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김경협 (새정치) 의원은 지자체 조례로 생활임금을 결정해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야당이 ‘적정임금’ 개념에 생활임금이 포함된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그만큼 생활임금은 민감한 사안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감안해 적정임금 개념을 법으로 구체화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가 생활임금을 전격 실시한 것이다. 이로써 남 지사는 새누리당 소속 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생활임금을 도입한 지자체장이 됐다. 지난 10일 경기도를 방문해 남 지사를 만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경기도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이 바로 생활임금 조례”라며 남 지사를 치켜 올리고 “공공부문의 생활임금이 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중앙정부까지 전면적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밝혔다는 점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기도 생활임금이 앞으로 정치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 볼 일이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