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종·국가·종교를 초월해
사람을 사랑하는 것
청소년들이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어른들의 관심과 격려 필요
한순간의 축적(蓄積)이 한평생을 만들어 갑니다. 사랑과 봉사로 세상과 마주하며 인도주의 정신을 실천할 것을 다짐하는 열띤 자리가 펼쳐졌습니다. 지난 주말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4천500여명이 적십자 깃발 아래 모였습니다. 지도하시는 선생님들도 함께했습니다. 유아부터 대학생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단원과 지도자가 적십자 인도주의 정신을 배우고 실천하며 글로벌 리더로 인성발달을 도모하는 청소년 활동입니다. 인도주의 정신은 인종, 민족, 국가, 종교를 초월해 사람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청소년기는 심장이 뛰고 피가 끓는 시기입니다. 뭔가를 성취하는 시기가 아닙니다. 꿈과 이상을 갖고 무언가에 푹 빠져 심취하는 시기입니다. 미래를 만들어 갈 주역들이 적십자활동을 통해 인도주의를 실천하기를 마음먹고 행동하는 뜻깊은 일입니다. 인간이 만든 것 중에서 가장 본질적이고 아름다운 정신이 바로 적십자 정신입니다. 고통을 줄여가는 데 모든 의지와 노력을 기울입니다.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기 위해 자유와 평화를 배우며 협력합니다.
적십자운동은 1859년 이탈리아 통일 전쟁터에서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스위스 청년실업가 장 앙리 뒤낭이 평시에 전상자(戰傷者) 구호를 위한 헌신적이고 자격 있는 자원봉사 구호단체를 각국에 설치할 것과 이들을 보장할 수 있는 국제적인 조약체결을 제안한 것에서 출발한 국제구호단체입니다. 우리나라는 110년 전 “널리 구제하고, 고루 사랑하라”는 고종황제 칙령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적십자의 사랑과 봉사의 정신이 새로 입단하는 이들을 통해 실천될 것입니다. 이들 적십자청소년 단원(RCY)들은 사랑과 봉사 활동을 통해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합니다.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고 지키고자 서로 간의 이해, 협력, 우정, 평화를 지속시키면서 배우고 실천하는 가운데 민주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합니다. 또한 인성 교육과 함께 체험을 통하여 스승을 존경합니다. 삶의 깊이가 높이를 결정합니다. 인도주의 정신에 파고드는 청소년기 성숙의 깊이가 성장의 높이를 결정합니다. 생각과 행동의 깊이 때문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뿌리 내리기를 피한다면 성장할 가능성도 스스로 접는 것과 같습니다.
지난 62년의 세월 동안 청소년적십자단원을 통해 배출된 훌륭한 리더들의 활약을 비추어볼 때 이들 청소년은 적십자 인도주의와 봉사 정신을 배우고 실천하여 건강한 인성을 만들어가는 데 크게 기여 할 것입니다. 청소년기의 배움을 통해 인생을 설계해 나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얻습니다. 특히 이날 ‘안전한 우리 학교 만들기’에도 앞장설 것을 결의했습니다. 학교 폭력, 왕따 문화를 없애서 즐겁고 안전한 우리 학교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잡초가 무성한 교육의 토양이 아니라 희망과 비전을 심어가는 교육공간이 되게 앞장설 것입니다. 상대방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아파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척박한 땅을 줄기차게 적셔 희망을 심어갑니다. 사회에 밝은 등불 역할을 하는 사람은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고 도전 속에서 성취의 보람을 느낍니다. 청소년기는 어딘가에 도달하는 시기가 아닙니다. 뭔가를 추구하고 끊임없이 도발하는 시기입니다.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들 청소년적십자단원은 1953년 부산지역에서 전쟁으로 황폐해진 우리 산야를 푸르게 가꾸기 위해 1만 그루의 나무를 심음으로써 이것이 ‘식목일’의 유래가 되었습니다. 또한 1963년 충남지역에서 병중에 계신 선생님이나 퇴직한 은사들을 위문 방문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스승의 날’이 탄생했습니다. 위대함은 갑자기 탄생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위대함은 작은 실천을 진지하게 반복해서 탄생합니다. 내 것, 우리 것이 되기 위해서는 묵묵히, 꾸준히 배우고 실천하는 노력이 이어져야 합니다. 변화는 책상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책상에서 배웠어도 일상에서 실천하지 않으면 공염불(空念佛)에 지나지 않습니다. 몸으로 실천한 것만이 내 것이 될 수 있습니다. 4천500여 명의 청소년단원과 지도자는 그것을 향해 움직여 갈 것입니다. 어른들이, 교육자들이 청소년들이 외친 ‘입단 선서의 초심’을 잃지 않게 이들에게 길을 내줘야 합니다. 관심과 격려, 사랑으로 말입니다.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