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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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와이드·인류의 삶 뒤바꾼 ‘기후변화’] 인터뷰/남재철 수도권기상청장 지면기사
전기 절약·대중교통 이용 이산화탄소 배출 줄여야날씨 빅데이터 활용 수익창출 ‘창조경제 기반’ 으로경인 지역의 날씨와 기상 예보를 책임지는 남재철 수도권기상청장은 “최근 이상 기상 현상은 지구가 인류에게 경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기후변화가 지구촌 이슈다.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이슈는 이제 세계적 화두다.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농도가 1900년대 중반부터 100년 새 400PPM을 넘었다. 이런 추세를 유지한다면 기후변화는 3배 이상 빨라져 과거 100년간 전 지구 기온이 1.8도 상승한 것에 비해 미래 100년 후에는 5.3도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온도가 4℃만 상승해도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져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가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전 세계인이 해결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프란체스코 교황이 기후변화에 관한 회칙을 발표했다. 회칙이란 교황이 가톨릭 신자와 성직자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하고 구속력 있는 메시지로, 교황이 회칙을 통해 지구 온난화 문제를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선진국들이 가난한 나라를 도와주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는 교황의 이번 발표는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그 의미가 크다.-수도권기상청의 역할과 앞으로 계획은.수도권 지역은 도시가 밀집돼 있고 에너지 관련 온실가스의 70% 정도를 배출해 장기적 관점에서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대책이 중요하다. 이에 수도권청은 수도권 지역에 특화된 맞춤형 기상기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신설됐다. 수도권 지역은 도시지역이지만 지역별, 산업별 다양한 특징이 공존하는 복합지대로, 기존 지방기상청에서 했던 서비스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수도권 지리, 문화, 산업별 특징을 반영한 서비스를 발굴하고 수요자 요구에 맞춘 최적화된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기상정보는 단순히 재해예방을 위한 수단의 차원을 넘어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빅데이터로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창조경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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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와이드·인류의 삶 뒤바꾼 ‘기후변화’] 이상기후에 건강도 이상 지면기사
4년간 폭염에 36명 사망2011년 대비 두 배 늘어쯔쯔가무시병·말라리아 등2050년 전세계 65%가 노출기후는 인류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기도 한다. 과거 알렉산더 대왕 역시 익숙하지 않은 더운 인도지역 원정을 벌이다가 달라진 기후에 적응하지 못해 말라리아로 이른 나이에 요절했다.최근 이상기후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한해 1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등 지난 4년간 폭염으로 36명이 숨졌고, 1천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지난 2011년 폭염으로 6명이 목숨을 잃은 것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기온이 0.5℃도 올라갈 때마다 2배 이상 늘어나는 말라리아 모기는 인류에게 치명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지금도 인류가 다른 생물로 목숨을 잃는 이유는 사자도, 곰도 아닌 말라리아 모기다. 해마다 말라리아로 피해를 입는 수는 경기도에서만 50여명, 사망하는 인구 수는 전 세계적으로 100만명이 넘고 있다. 말라리아 뿐만 아니라 고열과 근육통을 유발하는 뎅기열, 오한과 림프절 종대를 일으키는 쯔쯔가무시증, 간과 신장에 합병증을 일으키는 렙토스피라 질환 모두 고온현상으로 해마다 도에서만 100~300여건씩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해마가 평균기온이 0.5℃ 이상 상승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는 2050년에는 전 세계인구 65%가 이같은 병에 노출될 전망이다.이상기후 현상으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건강 손실비용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지난 4월에 열린 기후건강포럼에서 지난 2011년 건강 손실비용은 8천91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마다 비용이 증가해 2020년에는 1조7천461억원, 2030년에는 2조4천992억원, 2050년에는 4조4천311억원 까지 늘어난 것으로 내다봤다. /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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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와이드·인류의 삶 뒤바꾼 ‘기후변화’] ‘물부족’ 농업현장 가보니 지면기사
하얗게 타들어간 논·밭, 양수기·관로로는 역부족태풍·가뭄 재해 번갈아가며 흉작 ‘식량안보’ 위기농업은 기후 등 자연 환경에 사실상 지배를 받는 산업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그 어느 때보다 가뭄이 심했던 탓에 농민들은 울상을 지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태풍의 영향권에 놓인 지금도 여전히 해갈에는 부족한 강수량을 보이고 있다.15일 찾은 용인시 처인구의 한 농가. 이곳에서 55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유모(73)씨는 한숨을 내쉬며 논을 바라봤다. 지난해 이맘때까지만 해도 수심이 3m를 넘었던 주변 개울이 지금은 발목을 간신히 넘는 상태로, 이곳 농민들은 그야말로 ‘물부족’ 사태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지난 주말 제9호 태풍 찬홈의 영향권에 들게 됐지만, 불과 사나흘만에 다시 무더위가 시작됐다. 농민들은 이번에 내린 비도 해갈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유씨는 “지난 5월말 모내기 이후 매일 같이 물을 끌어 올려 쓰고 있다”며 “양수기마저 고장 나 새로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천수(天水)에 의존하는 시대가 아닌데도 해도 너무한 가뭄”이라고 성토했다.같은 시간 광주시 퇴촌면의 이모(62)씨도 똑같은 고민에 빠졌다. 이씨의 호박밭에 나온 잎사귀는 하얗게 시들어가고, 논에 심은 모는 타들어 가고 있었다.이씨는 “마을 관로가 40여년 이상 돼 이마저 고장이 나 물을 대기도 어려웠다”며 “비가 한방울이라도 더 오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털어놨다.최근 5년간 5월부터 태풍이 오기 직전인 7월 9일까지의 총 강수량을 확인한 결과 지난 2011년 749.2㎜였던 강수량은 5년만에 63.9㎜로 줄어들었다. 5년 전에 비해 10% 수준도 되지 않는 것이다.이렇다 보니 농가에서는 해마다 가뭄으로, 그 이후에는 곧바로 태풍을 맞아 흉년을 맞기 일쑤다. 그러나 문제는 기후의 영향이 농가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환경부 등에서는 지난 40년간 동·서·남해의 수온이 1℃ 가량 상승, 세계에서 수온 상승이 가장 빠른 곳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열대성 어종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사례는 물론 수산업 전반에 커다란 변화도 예상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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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와이드·인류의 삶 뒤바꾼 ‘기후변화’] 열대 작물·어류, 차례상까지 올라 지면기사
이상 기온은 우리의 식생활까지 바꿔놨다. 과거와 달리 재배 작물이 바뀌고 그로 인해 식재료까지 변하면서 음식 문화가 크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우선, 연평균 기온이 올라가고 호우 빈도가 증가하면서 국내 주요 과수의 재배지까지 덩달아 북상하고 있다. 제주에서만 재배되던 한라봉이 충주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전남 보성에서만 유명했던 녹차 밭은 어느새 강원도 고성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이밖에 사과는 포천까지, 멜론도 양구까지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을 정도다.제주에서는 최근 키위를 비롯해 망고, 용과, 구아바, 아테모야 등 아열대 과일들도 재배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 수입 과일로만 여겨졌던 바나나는 충남 청양군의 한 마을에서 재배에 성공해 대량 생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기후 변화는 수산물 생산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동해에서는 한류어종인 명태와 임연수어, 꽁치, 털게 등의 어획량이 감소했고 난류어종인 오징어와 도루묵, 붉은 대게 등의 어획량은 증가했다. 게다가 열대어종인 다랑어와 가오리, 상어, 보라문어까지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 서해에는 남해에서만 잡히던 멸치와 참돔이 증가했고 대표 어종이던 갈치와 갯장어 꽃게 등도 크게 감소했다. 이로 인한 우리나라 전통음식도 변했다. 전주비빔밥의 주재료로 사용했던 콩나물과 애호박 등 전주10미를 이용한 오방색 재료가 파프리카와 숙주로 만든 비빔밥이 나오기도 했다. 전남 순창에는 차례상에 옥돔과 전복, 파인애플 등이 오를 정도다. /조영상기자donald@kyeongin.com · 사진/하태황·조재현기자 hath@kyeongin.com▲ 바닥을 드러낸 뱃길.▲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수산시장의 어패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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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금요와이드·인류의 삶 뒤바꾼 ‘기후변화’]이상기후에 뜨는 새사업 지면기사
이상기후로 건강관리에는 황색불이 켜졌지만, 이상기후 현상을 역으로 이용한 새로운 사업 가능성도 커졌다.폭염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시민들이 잠을 편하게 잘 수 있도록 도와주는 통풍 매트 등 숙면상품을 앞다투어 내놨다. 실제로 7월동안 아이스방석 등 숙면상품 판매량은 동기대비 다섯 배 이상 늘어났다. 또 10년 전보다 고온다습한 날이 2주 가까이 늘어나면서 제습기 역시 판매율이 67% 늘어나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지자체 역시 이상기후를 대비하는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기 시작했다.수원시는 지난 2009년부터 총 사업비 25억원을 들여 ‘레인시티 사업’을 계획해 빗물 재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레인시티 사업은 이상기후로 장마가 사라지고 사막화현상을 대비한 수자원 확보와 수질관리 일환이다.수원시는 빗물을 저류하는 방안으로 조례를 통해 1천㎡ 이상 건축물은 빗물이용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또 시민과 함께 ‘빗물저금통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설치비의 90%를 지원해 빗물로 화장실과 비상용수, 조경용수를 활용하는 방안을 만들었다.수원시 뿐만 아니라 이상기후를 대비한 사업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독일은 하천 유역에서 빗물을 가장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빗물저류 공급업체인 Mall-Beton Gmbn 사는 독일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통해 지난 10년동안 1만개 이상의 저장탱크를 토지와 주택 등에 공급했다. 독일 베를린에 고급 호텔과 컨퍼런스 센터, 극장과 상점들이 들어선 ‘소니센터’, 뮌헨을 대표하면서 카페·화랑·극장들이 들어서 있어 학생과 예술가에게 사랑받는 ‘레오폴드 거리’ 역시 빗물 이용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수원시 관계자는 “수자원확보 필요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레인시티 사업을 오는 2018년까지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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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와이드·인류의 삶 뒤바꾼 ‘기후변화’] 대한민국 4계절이 무너졌다 지면기사
폭우 쏟아질땐 ‘전신우산’차례상에 ‘빙수’ 한그릇무중력 침대 ‘수면 온도조절’홀몸노인 ‘캡슐텔’■온실가스 가상 시나리오대표농도경로(RCP, Representative Concentration Pathways) 8.5로,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 없이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해 오는 2100년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940PPM에 도달하는 것으로 예측했다.2115년 7월17일 오후 2시 한반도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모(50)씨의 스마트워치 홀로그램 온도계가 42℃를 가리킨다. 숨을 쉴때마다 뜨거운 기운이 몸속으로 빨려들어온다. 김씨는 자연스럽게 휴대용 개인 에어컨을 켜고 한시름을 놓는다. 50여년전부터는 한반도에도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 공식이 무너졌다. 100년전인 2015년에 비해 7월 한달 평균 기온이 5℃가 상승했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로 양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은 최대 99㎝ 상승해 일부 해안가 지역은 지도상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기후변화는 의식주 등 인류의 모든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대한민국 경기도에 사는 김씨는 시시때때로 내리는 폭우로 전신형 대형 우산을 매일 소지하고 다닌다. 버튼만 누르면 몸 전체를 감싸주는 전신 우산의 발명으로 우비와 장화는 사라진 지 오래다. 비가 그치고 나면 열대야가 50일 이상 이어진다. 때문에 모든 가정마다 최적의 수면 온도를 자동조절 해주는 무중력 침대를 사용하고 있다. 4계절이 무너지면서 한반도에는 사실상 여름과 겨울 등 두 계절만 있는 셈이다. 하지만 1년중 겨울은 고작 2달 가량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여름이다. 그나마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은지 수십년이 넘었고, 단지 여름에 비해 선선하다는 느낌이 고작이다. 경기도 곳곳에는 홀몸노인들의 개인 거주지인 캡슐텔이 더욱 늘었다. 폭염으로 지친 100세 이상의 노인들의 이동 주택인 캡슐텔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최적의 온도뿐 아니라 습도 등까지 맞춤식으로 조절해줘 70~80대 장년층(?)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불쾌지수가 80이 넘어 위험 수준에 다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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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와이드·기록이 일상으로] ‘밥 먹듯이 찍는 사진’ 다양한 소통창구로 지면기사
식당·길거리 안가리고 SNS 공유… 일상·취미생활 자리전문가 못잖은 장비·스마트폰 전시회 개최 ‘무너진 영역’“인생 전환점” “삶의 활력소” 남녀노소 저마다 다른 의미타인 신체 도촬·불특정 다수 유포 등 ‘부작용’은 아쉬움인천대 학생 이종원(24)씨는 거의 매일 사진을 찍는다.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린다. 이씨가 사진을 찍는 장소와 주제는 제한이 없다. 항상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즉흥적으로 사진을 찍는다. 음식점에서 요리를 찍기도 하고, 오랜만에 찾은 동네 상가의 간판을 찍기도 한다. 길을 걷다가도 특이한 모습이 보이면 스마트폰을 꺼내 든다. 이씨는 이렇게 찍은 사진을 사진 공유 SNS인 ‘인스타그램’에 올려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자신의 생활을 사진을 통해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이씨는 스마트폰으로만 사진을 찍지 않는다. 인천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씨는 역사와 관련된 장소를 찾아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 이렇게 촬영한 것은 페이스북에 게시한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사진을 보면서 소감을 나눈다. 자신도 다른 이들이 올린 사진에 댓글을 단다.이씨는 “사진은 나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도구라고 생각한다”며 “말과 글로도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지만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은 다른 수단보다 더욱 직관적으로 나를 알리고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이씨의 생활처럼 사진은 일상이 됐다. 사진 없는 삶을 상상하는 것조차 어려운 것이 현재의 삶이다. 사람들은 이야기하고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고 다른 이들의 사진을 본다.30~40년 전만 해도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었다. 과거에는 명절, 소풍, 입학식·졸업식, 여행 등 주로 일상과 다른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찍은 사진을 사진관에서 현상과 인화를 거쳐 집에 있는 앨범이나 액자에 넣어 보관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진을 찍어서 그 자리에서 보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사진의 ‘일상화’는 사진의 다양성으로 나타났다. 과거엔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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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와이드·기록이 일상으로] 필름카메라가 간직한 기억들 지면기사
소풍·졸업식·결혼 같이 특별한 날카메라 빌려서 촬영하던 1980년대짜장면 값 10배 불구 없어서 못 써동네마다 3~4곳씩 달하던 사진관수십년된 단골들만 드문드문 발길사진관에서 카메라를 빌리던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가정은 많지 않았다. 특별한 날 찍는 것이 사진이었다. 사람들은 졸업, 소풍, 여행, 결혼 등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집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집은 사진관에서 카메라를 빌렸다. 당시 카메라를 하루 동안 빌리는 가격은 5천원이었다. 짜장면 한 그릇에 500원 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카메라를 빌리기 위해서 사진관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사진관들은 수십 대의 대여용 카메라를 가지고 손님들을 맞이했다. 사진관은 카메라를 빌려주고, 손님이 찍어온 사진을 인화해 주면서 수입을 올렸다. 손님들은 각 사진에 나온 사람의 수만큼 사진을 인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48번 촬영할 수 있는 필름이 들어간 카메라를 빌려도, 인화하는 것은 수백 장인 경우가 다반사였다.당시 가장 손님이 많았을 때는 각 학교의 ‘소풍철’이었다. 학생들은 친구들과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관을 찾았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카메라를 빌리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학생들도 많았다.사람들은 특별한 날 찍은 사진을 앨범이나 액자에 보관했다. 종종 앨범을 펼쳐보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이때는 동네마다 사진관이 3~4곳씩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카메라를 빌려주는 사진관은 없다. 다만 여권사진이나 가족사진을 촬영해 주는 사진관이 몇 곳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전문스튜디오’가 생겨서 ‘사진관’이라는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예전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인천지역 사진관을 찾았다.인천시 중구 동인천역 인근에 있는 ‘성신카메라’는 인천에서 오래된 사진관 중 한 곳이다.성신카메라 이준석 사장은 1970년 6월 동인천역 앞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 인천에서 가장 비싼 동네에 문을 열었고,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하루에 1천 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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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와이드·기록이 일상으로] 사진의 역사 지면기사
사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세기 초반이다. 사진(photograph)이란 용어는 1839년 영국의 화학자 허셀(Herschel, 1792~1871)이 처음 사용했다.국내에 사진이 도입된 것은 19세기 후반이다. 당시 지식인 사이에서 사진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며, 일본에서 사진을 배운 황철(1864~1930)은 1883년 집을 개조해 사진촬영소를 설치했다. 이때부터 사진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도입돼 서서히 확산됐다. 이때만 해도 사진은 모두 흑백사진이었다. 컬러사진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53년으로 전해지고 있다.컬러사진이 등장했지만 이를 사용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1960년대까지 흑백사진이 주를 이뤘으며, 일반 가정에서 컬러사진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1970년 안팎이다.사진은 1990년대 디지털카메라 등장으로 급격하게 대중화됐다. 필름 카메라는 찍은 사진을 보기까지 현상과 인화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에 비용과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는 찍은 사진을 별도의 비용없이 그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휴대전화가 보편화되고, 이 휴대전화에 카메라 기능이 장착되면서 사진은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다. 2010년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은 SNS라는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이는 단순히 사진을 찍고 간직하는 것을 넘어 사진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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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와이드·기록이 일상으로] 당신에게 사진이란? 지면기사
아내와의 결혼사진 꺼내보며 옛생각 ‘방울방울’삶의 발자취 모두 ‘찰칵’… 나를 표현하는 매체전문가 영역이었던 사진, 누구나의 세계가 되다사회의 모습이 달라짐에 따라 단어가 가지는 의미도 변하게 마련이다. 사진도 그렇다. 사진의 사전적 정의는 ‘물체의 형상을 감광막 위에 나타나도록 찍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게 만든 영상’이다. 하지만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진에 대한 생각은 다르다. 특히 사진은 1990년대 들어 빠르게 변화했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의 발달, 인터넷과 SNS 활성화 등은 일상적인 삶과 사진간의 간극을 없앴다.경험에 따라 정의는 달라진다. 누군가는 사진을 추억이라 하지만, 누군가는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사진을 찍은 지 50년이 된 이준석(71) 성신카메라 사장은 “사진은 드라마”라고 했다. 그는 아내와 결혼할 당시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결혼을 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른다”고 했다. 1960년대 동인천역사 앞을 찍은 사진을 보면 당시 상황과 이후의 변화 과정이 떠오른다고 한다. 그가 사진을 ‘드라마’라고 하는 이유다. 40년간 사진관을 운영한 송선숙(71·여) 씨는 “사진은 추억”이라고 했다. 송 씨는 “과거에는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에게 있어 사진은 ‘추억’보다 ‘일상’에 가까웠다. 대학생 이종석(24) 씨는 “사진은 나를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는 매체이자 수단”이라고 했다. 그는 큰 의미가 없어도 자신이 먹은 것, 본 것, 간 곳을 사진으로 남긴다. 전문가 영역으로 여겨지던 사진이 ‘누구나의 세계’로 들어온 것이다. 카메라가 보편화되고, 기술발달로 사용이 편리해진 이유가 컸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던 한창민(52) 씨는 “사진은 표현”이라고 했다. 그는 “느낌, 감정, 기분 같은 것은 스스로 드러나지 않는다”며 “표정, 몸짓, 눈물, 웃음, 말 같은 매개체를 필요로 한다. 사진은 내 몸 밖에 존재하는 표현의 매체”라고 했다. 인천 배다리에서 사진갤러리를 운영하는 이상봉(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