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정오께 성남시 판교의 HP프린팅코리아(이하 HPPK) 사옥 앞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보통의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낮 12시30분. 저마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1층 로비로 들어서는 네댓 명의 무리 사이에서는 “그분은 98년도부터 일했다더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같은 시각 HPPK 사옥 옆 인도에는 해고 예정자들이 모여있었다. 인쇄 품질을 다듬으며 양질의 A3 복합기를 개발해온 이들은 오는 31일 회사를 강제로 떠나야 한다. 최근 사측이 일부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고 거부 시 해고 절차를 밟겠
근로기준법과 4대보험 적용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위장 5인 미만 사업장’이 전국적으로 급증한 상황이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이렇게 만든 업체에 노동자를 ‘사업자’로 신고해 사업소득세만 떼는 이른바 ‘3.3% 꼼수’가 조직적인 탈법 수단으로 고착화한 가운데,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위장하도급 착취 구조까지 나타났다. 20일 오후 찾은 오산시 궐동의 한 건물. 화성시 동탄물류센터에 인력을 공급·관리하는 유명 아웃소싱 전문 B회사가 CJ대한통운과 도급계약을 맺은 뒤, 이곳 2층에 세운 인력업체 2곳(K업체·S업체)을 통해
지난 17일 오후 찾은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2공장 내 조립2공장. 부평 자동차공장 아카이빙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모터타임즈’ 제2전시회 개관식이 이날 열렸다. 관람객들을 안내하던 안규백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장이 가동을 멈춘 생산라인 중간 지점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2006년 한국지엠에 입사한 뒤 2022년 공장 가동이 중단될 때까지 제가 일했던 공간이 여기입니다. 중단 이후에도 공장이 멈췄단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는 차마 이 공간을 찾지 못했습니다. 제가 사용하던 사물함이 그대로 남아
‘역대급 여객 수요’를 기록했다는 이번 추석 연휴, 공항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일손을 놓았습니다. 인천공항 3개 자회사(인천공항시설관리·인천공항운영서비스·인천국제공항보안) 소속 노동자 870여명은 추석 연휴를 포함한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전면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13일부터는 ‘노조 간부 파업’으로 전환해 70여명의 노동자들이 파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곳곳에서 안내데스크 운영, 환경 미화, 소방 시설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이들이 속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백혈병으로 산업재해가 발생(8월12일자 7면 보도)한 평택의 한국니토옵티칼 공장이 유해 물질을 포집하는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정부로부터 보건안전진단 명령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장 내 보건·안전 조치가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오는 15일 이뤄질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김주영(김포시갑)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입수한 ‘한국니토옵티칼 보건진단명령서’에 따르면, 화학물질 취급사업장 실태조사 결과 해당 사업장에서 국소배기장치 미설치 등 총 10건의 각종 위
전국 학교급식실 환기시설 개선율이 4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지역 개선율은 33%로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낮았다. 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의원(조·비례)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학교급식실 환기시설 개선 대상 학교 1만585곳 중 개선이 완료된 학교는 4천350곳으로 개선율은 41%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이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전국에서 개선율이 가장 낮은 곳은 서울로 12%였으며, 가장 높은 곳은 제주로 81%에 달했다. 전국 광역시 중에서는 인천
추석 연휴 내내 파업을 이어갔던 인천공항 자회사 노동자들이 13일 업무에 복귀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이하 노조)는 “전면 파업 지침을 간부 파업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파업에 참여했던 인천공항 자회사 노동자 870여명 중 800명은 13일 업무에 복귀하고, 노조 집행부는 이날부터 오는 24일까지 사측과 집중 교섭을 벌인 계획이다. 이 교섭에도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25일부터 재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인천공항 자회사 노동자들은 4조2교대 교대제 개편 등을 촉구하며 지난 1일부터 전면
“휴게소는 명절이 오히려 일손이 가장 필요한 시기예요. 다들 고향 가는 길에 들르니까, 저희도 그만큼 분주해지죠.” 추석 황금연휴가 끝난 지난 10일 오전, 경부고속도로 죽전휴게소의 쓰레기통 주변은 말끔했다. 긴 연휴 기간 수많은 차량이 몰렸지만, 플라스틱 컵과 음식물 자국 하나 없이 정리된 분리수거장은 평소와 다름 없었다. 그러나 이 풍경 뒤에는 연휴 내내 쓰레기를 분류하고 정리한 이들의 ‘보이지 않은 노동’이 있었다. 환경미화 노동자 이모(62)씨는 “연휴 내내 수거차가 안 오니까 따로 분류해서 휴게소 뒤편에 쌓아뒀다. 오늘 아
외국인투자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각종 지원과 세제 혜택을 받지만, 경영상 판단을 이유로 손쉽게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경영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는 사례(9월24일자 7면 보도 등)가 반복되고 있다. 이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의 주제로 떠올랐다. 화재보험금 수백억원만 챙긴 채 고용승계를 거부한 한국옵티칼과 흑자에도 정리해고를 추진하는 HP프린팅코리아(이하 HPPK)가 이 문제의 실제 사례인데, 최근 국회가 외투기업 규제 강화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킨 상황에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9일 더불어민주당 김주영(김포시갑) 의
인천국제공항 자회사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추석 연휴 기간 큰 혼란은 없었지만 공항을 찾은 시민들이 불안감을 내비쳤다. 파업 대체 인력이 투입됐으나 쓰레기가 제대로 치워지지 않고 쌓이거나 악취가 발생하기도 했다. (10월4일 온라인 보도) 추석 연휴인 지난 8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직원 전용 통로에는 쓰레기가 가득 담긴 봉투 수십 개와 종이 박스 등이 쌓였다. 이 쓰레기들은 원래대로라면 바로 외부 반출됐어야 하지만 집하장에도 쓰레기가 가득 쌓여 직원 통로에 임시로 가져다 놓은 것이다. 공항에서 만난 임영기(34)씨는 “파업 소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