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사람들 강화도 메종드마리 외관
강화도 동막해수욕장 인근에 자리 잡은 ‘도레도레 강화점’은 마니산에 대응하는 수직의 콘크리트 건물과 서해의 수평선을 바라보는 낮고 긴 건물로 구성돼 안정감을 주며 자연 친화적이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3년 설계구상끝 숲속갤러리 콘셉트 완성
입구 수직 콘크리트·수평 지붕선 긴장감
채광 반영 다채로운 창 ‘바다조망권 환상’
강화 방문객에 ‘쉼터같은 명소’ 자리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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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의 창업주이자 명예회장을 지낸 고 신용호(1917~2003) 회장은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을 탄생시킨 걸로도 유명하다. 1981년 완공돼 화제를 모은 광화문 교보빌딩의 설계자는 당시 빌딩 설계의 권위자였로, 미국 예일대학 건축대학장을 지낸 시저 펠리였다. 당시 신 회장의 건축물에 대한 견해는 이런 것이었다.

“건축물은 건축주의 품격과 인격을 말해준다. 비싼 재료를 써서 지나치게 화려함을 강조한 건물을 보면 사람들은 졸부를 떠올린다.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딱딱한 인상을 주는 건물은 사람들이 외면한다. 자연 친화적이고 안정감을 주는 건물은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건축주의 건물에 대한 탁견과 실력 있는 건축가의 만남을 통해 의미 있는 건축물이 태어날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며, ‘위대한 건축은 건축주가 만든다’는 건축계 격언과도 통한다.

강화도 동막해수욕장 근처 마니산을 배경으로 자리를 잡은 브런치카페 ‘도레도레(DoreDore) 강화점’ 또한 건축주와 설계자의 서로에 대한 이해와 일치된 견해로 탄생한 의미 있는 건축물이다.

10월 중순 강화도의 해안도로를 지나 마을의 좁은 진입로를 거쳐서 찾아간 도레도레 강화점은 자연스럽게 흐르는 마니산의 경사면에 면해 있다.

공간과사람들 강화도 메종드마리 외관

도레도레 강화점은 김경하 도레도레 대표의 아버지이자 건물을 탄생시킨 김시춘 이토건설 회장의 주말 주택의 축에서 조금 틀어진 형태로 마니산에 대응하는 수직의 콘크리트 건물과 서해의 수평선을 바라보는 낮고 긴 건물로 구성됐다.

절토나 성토 등 사람의 손길을 배제한 도레도레 강화점은 주말 주택과 같은 레벨에 정원을 조성하고 내부로 통하는 테라스를 둬 기존 건물과의 조화를 이루면서 다른 한쪽은 대지 진입부와 연결된 정원을 새롭게 조성해 주출입구와 만나게 했다.

마치 바다 조망의 숲속 갤러리의 느낌이다. 건물은 평소 자연을 존중하고 돌과 나무를 아끼는 김 회장의 뜻과 일치하며, 자신의 몸을 세우지 않고, 자연과 어우러졌다.

김 회장은 “건물을 계획하면서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조망권을 지키고 싶었다”면서 “설계자도 이 부분에 대한 동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평일 낮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건물의 멋과 주변 풍광을 즐기고 있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건물에 머무르며 안정감과 친근감을 함께 느끼는 모습이었다.

공간과사람들 강화도 메종드마리 내부

도레도레 강화점은 설계에서 완성까지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 프로그램 변경을 비롯해 대지를 조성하거나 실축을 하는 등의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의미있는 건물을 짓겠다는 건축주의 마음과 그 마음을 공유한 건축가의 이해가 오랜 시간의 작업을 가능케 했을 것이다.

도레도레 강화점은 인천시가 수여하는 2014년 인천광역시 건축상(장려상)을 받았다.

수일 후 도레도레 강화점을 설계한 구영민 인하대 교수(건축학과)를 학교 연구실에서 만났다.

구 교수는 “기존의 주말 주택과 함께 대자연이 이루는 수직과 수평의 대비를 수직의 콘크리트 매스와 수평의 지붕선이 만들어 내는 긴장감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도레도레 강화점의 설계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서 “대지 자체가 가지는 세력(마니산의 유무형의 기운)이 너무나 컸기 때문에 건축은 그 속에서 작동하는 하나의 부속이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기본적으로 일조와 조망, 자연경관과 조경(정원)이 탁월하기 때문에 건축은 이러한 조건들과 만나는 자연스러운 대화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공간과사람들 강화도 메종드마리

구 교수는 평소 설계에서 통풍과 채광을 중요하게 여긴다. 도레도레 강화점의 창은 층과 바라보고 있는 방향 등 요소에 따라 다양하다.

“한편으로는 일종의 ‘윈도우 하우스’라고 할 수 있어요. 지하층에서 옥상에 이르기까지 중간중간 풍경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지하층의 카페 공간에서 보는 자작나무와 참나무, 그 뒤의 원경을 볼 수 있는 창과 1층의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의 창을 통해 바다를 보는 느낌은 다양한 모양의 창의 느낌 만큼이나 제각각이다.

구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밀리우(Milieu·균형과 조화)를 언급했다. 더불어 건물에 대한 바람도 피력했다.

“설계 내내 밀리우를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자연과 주변의 이웃, 조경(정원)과 인테리어, 사용자와 건축 공간, 방문객들과 카페, 음식과 장식, 가구와 조망 등 많은 것들이 서로 균형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건축주와 건축가의 만나 건물을 만들어가는 것도 밀리우의 의미를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봅니다. 도레도레 강화점을 찾는 많은 분들도 이 같이 조화로운 랜드스케이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냥 편안히 즐기다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바다의 고요와 산의 활기로 마음이 편해지면서 활력이 생기는 곳, 진정한 힐링의 장소가 되길 기원합니다.”

글=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건축 개요

위치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 해안남로 1864-18
용도 :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 6천356.00㎡
건축면적 : 293.42㎡
연면적 : 556.94㎡
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주요마감 :노출콘크리트·징크·현무암·로이복층유리


■구영민 교수는

구영민
구영민 교수는 프랫대와 코넬대학교를 거쳐, 미국 주요 디자인 펌 등에서 10여 년 간 활동하다가 인하대 건축학과에 부임했다. 현재 국내외에서 교육과 실무를 병행하며, 페이퍼 아키텍처를 토대로 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프랑스와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 초빙교수 및 교환 교수로 활동하며 경기도 헤이리와 인천, 서울과 울산 등지에서 4번의 개인전을 가졌고, 블라디보스토크 국제 비엔날레와 유네스코 베니스 등의 국제 전시회를 통해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대표 작품집으로 ‘Poetics of Crack(s)’, ‘Garden in the Machine’, ‘Urban Pagoda’등이 있으며, 2006년 UIA 세계 공모전에서 제4지역(아시아/태평양) 대상을 수상했다.

주요작품으로는 영등포 타임스퀘어 기본설계, 중국 후이룽관시 체육문화공원, 중이온 가속기 센터, 천주교 신리성지, 오이도 선사박물관, 중국 창핑구 북7가 도시디자인 등이 있다.

제2기 대통령 소속 건축정책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인천건축재단 대표로 활동 중이다. ‘틈의 다이얼로그’, ‘Imageable Plateau’, ‘Refuge_인천 건축가 30대의 꿈’, ‘건축사이로’, ‘인천재발견’, ‘왜 다시 인천인가?’, ‘여주 수녀원’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