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주로 활동하며 주옥같은 시로 한국현대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고(故) 이가림 시인의 미발표 유고작이 공개됐다.
이가림 시인의 미망인인 김원옥 시인은 고인의 추모 2주기(7월14일)를 앞두고 인천 연수구 자택에서 발견된 고인의 미발표 원고 가운데 '하늘의 뿌리'라는 제목의 시 1편을 경인일보에 보내왔다.
'위를 향해 가지를 내뻗고 있는/겨울나무를 보고 있으면/한없이 천국 가까이 다가가려는/하늘의 뿌리'(작품 일부)
인하백일장이라는 로고가 찍힌 200자 원고지에 세로로 쓴 육필 원고로 세상에 처음 공개된 이 시는 이가림 시인이 세상과의 이별이 그리 멀지 않다고 느낀 시점에서 삶과 인생을 반추하며 완성한 작품으로 추측된다.
특히 나뭇가지를 하늘로 향한 뿌리로, 나무 뿌리를 땅으로 뻗은 가지로 뒤집어 보는 시인의 표현이 눈길을 끄는데, 이에 대해 고인의 제자인 조병준 인하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교수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극작가였던 폴 클로델(1868~1955)과 비교해 풀이했다.
조 교수는 "나무의 상징적 이미지를 거꾸로 뒤집으며 지상에서 처절하게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모습을 애처롭게 그려내고 있다"고 했다. 폴 클로델은 나무를 대지의 기운을 모아 하늘을 지향하는 상징으로 노래한 바 있다.
그는 "'겨울나무처럼 하늘에 뿌리 박고 서서 땅 속 깊이 가지를 내뻗으리라'고 한 시의 마지막 부분에는 보들레르가 그랬던 것처럼, 썩어가는 모든 것들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살아가기를 원하셨던 고인의 마음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43년 만주 열하(熱河)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성장한 이가림 시인은 1982년 인하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인천에 정착한 이후 인천을 고향처럼 여기며 살았다.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빙하기'가 당선되며 등단했으며, 이후 첫 시집 '빙하기'(1973)를 시작으로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순간의 거울', '내 마음의 협궤열차', '바람개비 별' 등 주요 시집과 산문집, '사랑, 삶의 다른 이름', '미술과 문학의 만남' 등의 저서를 남겼다.
2011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 2015년 7월 14일 인천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