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년고택 단장·나무향기 가득
비린맛 없이 쫀득한 식감 일품
다시마·멸치육수 들깨탕 백미

오이향기는 지난 2015년 100년 넘은 고택을 리모델링해 개업했다. 서까래를 그대로 두고 새로 황토와 소나무 등으로 내부를 깨끗하게 마감해 운치를 살렸다. 실내에 들어서면 진한 나무향이 머릿속까지 좋은 기운을 불어넣는다.
주메뉴는 보리굴비 정식이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길이 30㎝가량의 굴비를 중간단계로 숙성한다. 숙성이 덜하면 흐물거리고 과하면 질겨서 씹기 불편한데 이 집 보리굴비의 쫀득한 식감은 애호가들 사이에 평가가 높다. 내장 손질기술 때문인지 비린 맛은 전혀 없고 풍성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보리굴비가 나오기에 앞서 식당 건물만큼이나 건강한 전채요리가 깔린다. 과일 소스를 곁들인 샐러드와 적당히 매콤한 쌈채소, 두툼한 보쌈과 씹는 재미가 있는 해조류 국수 등 딱 필요한 반찬만 내오며 입맛을 끌어올린다. 이 가운데 백미는 들깨탕이다.
다시마와 멸치로 육수를 내고 새우를 가미,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들깨탕을 먹으려고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보리굴비는 돌솥밥을 떠서 녹차 얼음물에 말아 먹는다. 녹차 물과 돌솥 누룽지를 다 먹을 때까지 굴비의 양은 넉넉하다. 이 와중에 내장을 한 입 베어 물면 쓴맛 하나 없이 혀와 입안을 제가 알아서 돌아다니다가 목을 타고 넘어간다. 진귀한 '애'요리를 즐길 때의 행복감과 다르지 않다.

벌써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몰리지만, 총 100석이 규모별로 곳곳에 독립공간처럼 배치돼 중요한 손님을 대접할 때 좋다. 1만5천~3만3천원 가격대의 한정식 코스도 있다. 창밖 정원수에 봄에는 꽃이 피는 등 계절마다 각각의 매력을 발산한다. 식기류도 저급하지 않고 주차면도 충분하다.
오이향기에서 식사를 마치고 호박식혜 몇 모금 머금은 뒤 나설 때는 "누구랑 또 오지?"라는 혼잣말을 어느새 하고 있다. 명절 당일과 전날은 쉰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