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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덮밥 유학' 독창적 메뉴 개발… 직접 만든 주재료 감칠맛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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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익치익 타닥타닥'. 눈썹 높이까지 일렁이는 불꽃 너머로 청년이 미소를 머금는다. 아직 부모에게 의지해도 될 법한 앳된 나이에 일찌감치 인생의 갈피를 잡고 붙잡은 프라이팬이다.

올해 8월 문을 연 김포시 장기동 소재 덮밥 전문점 '청년미소' 양승준(23·사진) 대표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주문받고 혼자 서빙하고 혼자 음식을 볶아내며 청춘을 의미 있게 불태우고 있다.

'청년미소'의 주메뉴는 명란우삼겹덮밥과 간장새우덮밥, 불백덮밥이다. 불닭과 주꾸미, 카레도 덮밥 재료로 올린다.

매장에 들어서면 먼저 하얀 종이 위에 검정 사인펜으로 투박하게 써내려간 메뉴판이 눈에 들어온다. 양 대표는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메뉴가 바뀌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성세대의 눈에 어설퍼 보이는 청년들의 이미지를 재밌게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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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양 대표는 고교 시절부터 패션계로 진출하려던 꿈이 있었다. 대학에서도 스타일리스트 분야를 전공했으나 군대 제대 후 갑자기 안정적인 삶이 싫다며 "덮밥 배우러 일본에 다녀오겠다"고 가족들에게 선언했다. 하루가 다르게 자신만의 창작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요리에 큰 매력을 느꼈다.

무작정 건너간 일본에서 그는 요리학원에 다니는 와중에 틈날 때마다 고베의 '레드락' 등 유명 덮밥맛집을 찾아다녔다. 맛은 최대한 기억하려 했고, 매장별 차별화된 디스플레이 요령은 눈에 꾹 눌러 담으며 익혔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실험을 거듭하며 메뉴를 완성해갔다.

쌀을 불리는 시간을 달리해보기도 하고 간장 끓을 때 첨가재료를 이것저것 넣어본 끝에 덮밥 베이스를 구성할 수 있었다. '청년미소'의 덮밥들은 숟가락을 넘기는 순간 부드럽게 감긴다. 식재료의 감칠맛이 입안 가득 달라붙었다가 쫄깃한 식감으로 혀 깊숙이 넘어간다.

간장새우 등 중요재료는 양 대표가 직접 제작하는 등 수제덮밥의 참맛을 만끽할 수 있다. 빈티지 아이템을 활용한 정감 넘치는 인테리어도 메뉴들과 썩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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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프로서의 욕심보다는 '나만의 생각이 있는 사람', '삶 자체가 늘 새롭게 비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는 "실험정신이 있는 힙합가수 딘의 오랜 팬인데, 맛집으로 소문 나서 그가 방문한다면 맛있는 덮밥을 대접하고 싶다"고 20대 초반 청년다운 바람을 전했다.

명란우삼겹·간장새우 등 모든 덮밥 8천원/ 어린이용 치킨가라아게·돈가스 덮밥 6천500원. 김포시 장기동 2053-3. (031)-998-1205.

/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