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도축장 인근 한우유통센터
지방질이 많을수록 좋은 육질로 평가되는 분류방법 때문에 한우에 억지로 많이 먹여 살을 찌우고 무게를 늘리는 사육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높은 등급판정을 받은 한우를 취급하는 업소가 몰려있는 화성시 정남면 한 도축장 인근 한우종합유통센터.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지방 많이 낄수록 좋은 고기 분류
'강제로 찌운 살' 주저 앉아 생활
지방질 높이려고 '비타민 A' 제한
눈 머는 부작용까지… 개선 시급


지방질이 많이 낄수록 좋은 고기로 분류하는 이른바 '마블링 선호'에 따라 강제로 소에 살을 찌우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영양을 제한하고 사료를 많이 먹이다 보니 늘어난 몸무게에 제대로 서 있지 못하는 소가 많고, 심지어 눈이 머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행복하게 사육된 동물을 섭취하자는 동물복지 흐름이 나타나면서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경인일보는 한우 사육의 그늘진 이면인 마블링의 실체를 2회에 걸쳐 진단한다. → 편집자 주

지난달 찾은 화성시 송산면의 한우 농가. 농장 왼편 축사에는 늘어진 배를 감당하지 못하고 주저 앉은 소 2마리가 보였다.

비대한 몸에 비해 다리는 지나치게 왜소했고,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움직임이 제한된 것이다. 맞은 편 축사에는 갓 송아지 티를 벗은 소들이 일어나 풀을 뜯고 있어 대비됐다.

주저 앉은 소와 풀을 뜯고 있는 소의 연령 차이는 고작 7개월. 불과 7개월 사이에 자기 몸무게를 이기지 못할 만큼 살이 쪄버린 셈이다. 농장주 A씨는 "주저 앉은 소는 생후 18개월쯤 됐다"면서 "28~30개월이 되면 출하하는데 그때는 더 살이 찐 모습이 된다"고 설명했다.

소고기로 유명한 호주나 미국은 넓은 초원에서 많은 수의 소를 방목해 키우는 방식을 택한다.

반면, 농장 크기가 제한되고 대규모 사육이 불가능한 조건을 가진 한국은 마리 당 ㎏을 늘리는 방식으로 농가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 살을 찌우는 식으로 동물복지에 반대되는 사육 방식이 등장한다.

단순히 살을 찌우는 것보다 심각한 것은 비타민 A를 제한해 지방질을 높이는 이른바 '일본식' 사육 방식이다.

비타민 A는 지방전구세포(지방의 성질을 갖추기 전 단계의 세포)가 지방세포로 분화되는 것을 억제한다. 따라서 비타민 A를 주지 않으면 보다 지방이 많이 낀 육질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각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타민 A가 제한되면 소가 눈이 머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경기도수의사회 이성식 회장은 "(비타민 A 제한은)오래 전부터 행해져 온 한우 사육 방식"이라면서 "요즘도 일부 농가에서 이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NH농협은행 농식품금융부 관계자는 "억지로 살 찌운 소를 먹는 것은 동물복지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양돈·양계는 동물복지 흐름을 쫓고 있지만, 유독 한우만 그 흐름에서 이탈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우협회 측은 "비타민 A를 제한해 사육하는 농가는 거의 없다. 한우 마블링은 불포화 지방산의 일종으로 건강에 유익한 성분이 함유돼 있다"고 반박했다.

/조영상·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