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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편삼절(韋編三絶)은 학문적 탐구 자세를 일깨우는 말로 사용되나 실제로는 공자가 '주역'에 심취한 나머지 책을 묶은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열심히 읽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주역'은 유교 삼경의 하나로 천문·지리·인사 등을 음양의 원리에 따라 8괘·64괘·효사(爻辭)에, 공자(孔子)가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십익(十翼)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공자뿐 아니라 문왕·주자·소강절에 김일부 등 수많은 인물들이 '주역'에서 일가를 이루었다. 근대 고승들 가운데 탄허 스님(1913~1983)도 '주역'에 통달한 인물이었다. 화엄학과 노장사상에 유불선까지를 망라하는 걸출한 학승이면서 미래 예측 능력까지 갖춘 도인이었다. 탄허 스님의 아버지 김홍규(1888~1950)는 독립운동가이자 보천교의 지도자급 인물이었는데, 아버지의 지원으로 탄허는 어린 시절부터 동아시아의 전통사상과 철학을 접하고 심후한 경지에 이를 수가 있었다. 탄허는 베트남전이 발발하자 미국의 패배를 정확하게 예언했고, 또 한미관계에 대해서는 동맹 차원 이상의 필연적 관계로 보았다. '주역'의 8괘로 풀이하면 한국은 간방(艮方)으로 소남(少男)이요, 미국은 태방(兌方)으로 소녀(少女)에 해당한다. 뜨거운 청춘인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가 만났으니 더 말할 나위 없다는 것이었다.

이번 문 대통령의 방미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여당은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에 생명공학과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하고, 야당은 자화자찬에 지나지 않는다며 맞받고 있다. 대통령이 영빈관에서 묵지 못한 것과 한국전쟁 참전 용사 퍼켓 예비역 대령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한 것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한미동맹을 과시하는 동시에 한국과 중국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읽기도 하고, 반면 외교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이례적인 파격이며 결례가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대통령의 방미가 성과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여야대표 초청 성과보고회도 곧 열릴 모양이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역내 안정을 위해 한미동맹은 부득이한 필연이다. 탄허 스님은 한미관계를 단순한 동맹을 넘어선 간태합덕(艮兌合德)으로 보았다. 간방의 소년과 태방의 소녀가 만나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라는 결실을 이루어내길 염원한다.

/조성면(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