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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예계는 '부캐' 전성시대다. 유재석은 대표적인 부캐 부자다. '유산슬', '유두래곤'이라는 가수이자, '지미 유'라는 음반제작자이고, 하피스트 '유르페우스'이기도 하다. 코미디언 김신영은 부캐인 '김신영 이모 김다비'로 슬럼프를 벗어났다. '부캐'는 원래 온라인게임에서 본래 사용하던 캐릭터와 별도로 새롭게 만든 부캐릭터를 줄여 부른 말이다. 이를 연예인들이 본래의 캐릭터(본캐)와 완전히 다른 '부캐'로 인기를 누리자 문화 현상이 된 것이다.

신세대들은 부캐 문화에 기꺼이 동참하고 공감하며 즐긴다. 본인들이 온라인 세상에서 여러 아바타로 활동하고, SNS와 게임에서 수많은 캐릭터로 살고 있으니, 부캐 문화를 즐겁게 소비한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은 2020년 소비트렌드 10개 키워드 중 하나로 다중적 자아를 뜻하는 '멀티 페르소나'를 꼽았다.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디지털 세상에서 가면 여러 개를 갈아쓰며 다양한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부캐'는 사회적 인간의 숙명일지 모른다. 인간은 다양한 얼굴로 살아간다. 세상의 많은 아내들이 밖에선 친절한 사람이 집안에서 폭군으로 변하는 남편 때문에 상처를 입는다. 직장에서, 집안에서, 페이스북에서 서로 다른 정체성으로 살아야 하는 건 다중인격이라서가 아니라, 사회생활에 필요한 역할과 정체성이 다양해서다.

정치인 만큼 다양한 부캐가 필요한 사람들도 없을 듯 싶다. 다양한 부캐로 모든 세대의 환호를 받는다면 선거는 따놓은 당상일테니 그렇다. 청년층 지지가 바닥인 민주당 대권주자들이 부캐로 청년층 공략에 나섰다고 한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유튜브에서 신인 가수 '최메기(MEGI)'로 데뷔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온라인 게임을 즐기며 '프로게이머 여니'라는 부캐를 강조하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가죽재킷에 청바지를 입고 동영상 콘텐츠를 촬영했단다.

청년세대와 호흡하려는 눈물겨운 정성이다. 공교롭게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주자들이다. 부캐가 무럭무럭 자랄 시간이 필요해서인가? '부캐'가 살려면 '본캐'가 단단해야 한다. 본캐가 약하면 부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조국의 불행도 따지고 보면 본캐와 부캐의 부조화 때문이었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