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한국계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일본 학원 스포츠의 꽃이자 청소년 야구의 꿈의 구장인 고시엔 대회에서 4강에 올라 화제가 됐다. 교토국제고가 승리할 때마다 울려 퍼진 한국어 교가가 현해탄 너머 모국의 가슴을 울렸다. 교토국제고가 야구부를 창단한 이유는 폐교 직전의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1947년 교통조선중학으로 개교한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들어 한국계 입학생이 줄자 교명을 바꾸어 일본 학생들도 받고 야구부도 창단해 명맥을 유지하다가, 이번에 큰 일을 낸 것이다.
국내에도 스포츠, 특히 인기도 많고 팀원 수도 많은 야구부를 통해 폐교 직전에서 부활한 학교들이 많다. 경남 합천 야로고등학교와 안동 일직중학교가 야구부 창단으로 폐교 위기를 모면했다. 경남 양산 원동중학교는 2010년 학생 수가 20명까지 줄어 폐교 위기에 몰렸지만, 이듬해 야구부 창단으로 기사회생한 것은 물론, 전국대회 승리로 야구 명문으로 거듭났다. 프로야구 인기에 비해 취약한 학원 야구 인프라가, 야구부를 폐교 부활의 구원투수로 만들었다. '9회 말 투 아웃부터'라는 야구 격언이 딱 들어맞는 반전이다.
폐교 위기에 몰린 인천 섬마을 고등학교도 야구부 창단에 학교 역사를 걸었다. 덕적고등학교가 주인공이다. 덕적도 유일의 통합학교인 덕적초·중·고의 올해 전체 재학생은 56명이고, 고등학생은 14명으로 통·폐합 대상이다. 그러자 덕적도 주민과 덕적고 동문들이 고등학교를 살리자고 지난해 야구부 창단을 주도하고 나섰다. 1억원의 창단 후원금도 약속했다. 눈물겨운 학교 살리기에 공감한 인천시교육청이 마침내 지난달 30일 덕적고 야구부 창단을 승인했다니 다행이다.
굴업도가 눈에 보이는 덕적도 서포리 해변은 예전부터 고교, 대학 야구부 전지훈련 장소로 애용됐다니, 신생 덕적고 야구부는 천혜의 훈련환경을 거저 누리니 기대가 크다. 인천은 인천고·동산고·제물포고 등 야구 명문 고교와 프로야구단 SSG 랜더스가 있는 전통의 야구 도시로, 시민들은 '구도(球都)'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덕적고 야구부를 향한 애정도, 뭍에서 떨어진 거리만큼 애틋할 테다.
덕적고등학교 야구부에 학교와 섬마을의 운명이 걸렸다. 1천300여명 섬마을 사람들이 만들어낸 기적, 덕적고 야구부의 활약을 기대한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