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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캠페인이 불안해 보인다. 조동연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에게 혼외 자녀가 있다는 폭로가 터졌다. 선대위 총괄 특보단장 안민석 의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가짜뉴스라 분노했다. 다음날 조 전 위원장은 '사실'을 시인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혼한 사실을 이렇게까지 공격해야 할 사안이냐"고 받아쳤다. 당 선대위는 폭로 당사자인 유튜브 채널을 고발했다. 당 입장에서 조 전 위원장은 잔인한 우파 언론의 희생양이다.

하지만 조 전 위원장이 전 남편을 속이고 기만한 사실이 사라지진 않는다. 그는 남의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알고 키웠다. 법원은 조 전 위원장에게 1억원으로 남편 피해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가해의 무게가 심각하다는 판결이다. 이를 외면한 채 조동연의 비극을 30대 워킹맘의 비애로 일반화하니 맥락이 이어지질 않는다. 사과와 손절매로 조용하게 끝낼 일을 과장된 '희생의 제의'로 만들어 얻은 이익이 초라하다.

최근 이재명 후보는 "민주개혁 진영은 더 청렴해야 되고 작은 하자조차도 더 크게 책임지는 게 맞다"며 두 번 연속 '조국의 과오'에 사과했다. 하지만 당은 다르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자칭 조국 수호자이자 이재명 전도사인 김남국 의원은 침묵한다. 중도 확장을 위한 이 후보의 조국 사과는 적절했지만, 당내 반응은 지나치거나 모자라니 후보의 의지가 흐려진다. 이 후보가 조국을 세 번 부인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할 정도다.

"제 출신이 비천함은 저의 잘못이 아니니까 저를 탓하지 말아달라." 이 후보의 말도 과할 때가 많다. 이 후보를 비천하게 본 국민은 없다. 입지전적인 스토리는 이 후보의 자산이다. 그의 부모가 화장실 청소를 했든, 숨진 여동생이 청소노동자였든, 남동생이 환경미화원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직업은 인간의 품격을 규정할 수 없다. 많은 국민들을 비천한 출신으로 만드는 자학적 독백이 폭력적이다. 여론이 이재명을 탓하면 이재명 때문이지 그의 출신 때문이 아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중용의 언행을 강조한 공자 말씀이다. 지나치면 화를 부르고 모자라면 신뢰를 잃는다. 언어의 쓰나미가 넘실대는 대선 국면이다. 여야 후보들과 정당들이 대선 캠페인의 금과옥조로 여길만하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