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었는데 약속을 못 지킨 것 같아요…."
중학교 2학년 딸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는 엄마 최모(50·인천 미추홀구)씨는 목이 메는 듯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딸 성주(가명)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성주가 학교 수업시간에 "우리 집은 엄마와 나뿐인데 왜 가족형태에 없느냐"고 선생님에게 한 질문이 발단이 됐다.
그 이후로 같은 반 아이들은 점점 성주를 멀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평소 의젓하고 씩씩하던 성주는 말수도 없어지고 의기소침해지는 날이 많아졌다.
최씨는 "아이가 바쁘게 일하는 엄마를 걱정해 왕따 피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며 "나중에서야 그 사실을 알고 억장이 무너졌다"고 말끝을 흐렸다. 돌이켜보니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최씨도 같은 반 학부모들이 만든 카카오톡 단체방에 단 한 번도 초대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성주가 태어났을 때 보란 듯이 잘 키우겠다고 다짐했다는 최씨는 홀로 생계를 책임지면서 그 다짐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 아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5월10일 '한부모가족의 날' 지정
인천지역 통계 10만여 가구 집계
아이 왕따 당하는 등 한숨 쉬어도
전담기관도 없어 지원 어려운 현실
5월 10일은 '한부모가족의 날'이다. 정부는 한부모가족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8년 이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하지만 한부모가족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은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7월 기준 인천지역 한부모가족은 10만여가구로 집계됐다. 주로 어머니와 미성년 자녀, 아버지와 미성년 자녀 등으로 구성된 가족이 여기에 포함된다.
한부모가족을 돕고 있는 민간단체인 장희정 한부모가족회(한가지)대표는 "이 통계에는 주말부부 등도 포함돼 있어 정확한 수치라고 볼 수 없다. 이는 한부모가족의 실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며 "인천에는 한부모가족을 지원하는 전담 기관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선거 등에 나오는 후보자들에게 한부모가족의 어려운 처지를 알리고 지원책을 요구하고 싶지만, 홀로 생계를 책임지는 부모들이 많아 목소리를 모으기도 힘든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한부모가족회(한가지) 측은 한부모가족에게 필요한 정책 과제로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한부모가족 지원책 마련 ▲인천시 산하 한부모가족지원센터 설립 등을 꼽았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