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민선 5기부터 민선 7기까지 의정부시 행정을 이끌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혜성처럼 나타난 한 대학의 행정학과 교수는 탄탄한 리더십을 인정받아 재선, 삼선에 성공했고 그가 시장으로 12년을 이끄는 동안 의정부시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논밭과 과수원이었던 곳은 신도시가 되고 미군이 주둔했던 기지가 대학 캠퍼스가 됐다. 다양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을 시도한 끝에 현재 50만 대도시를 목전에 둔 경기북부의 중심으로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부침은 있었다. 의정부경전철의 적자운영과 파산, 경로무임제 도입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소송, 민간공원 조성과정에서의 검찰 수사 등 크고 작은 고비가 수시로 찾아왔다. 임기 말에는 도봉면허시험장 이전, 고산동 물류센터 건축허가, 부시장 직위 해제 논란 등으로 시청 안팎에서 많은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이제 12년 동안의 마라톤을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안 시장에게 그간 느낀 소회를 물었다.
자원회수시설 이전 사업 완료하지 못해 아쉬움 커
경전철 관련 각종 소송 극복 과정이 가장 힘들어
안 시장 "당분간 못했던 바둑 등 취미생활할 것"
-쉽지 않다는 3선 시장을 했다. 12년 시정을 마치는 소감은.
"2010년 처음 시장에 당선돼 내리 3선 시장으로 활동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시장도 꿈결같이 됐고 시장직 10여 년도 또한 꿈결같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나는 시장이 되어 의정부를 변화, 그리고 발전시켜 보고 싶었습니다. 주한미군 부대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8개나 주둔하고 있던 군사도시, 회색 도시를 희망 도시로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미운 오리 새끼 취급당하던 우리 의정부시를 모두가 사랑하는 백조가 되어 훨훨 날아오르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엄한 안보의 담임을 위해 60년 넘게 미군 부대로 고생한 의정부를 잘 살고 행복한 도시로 만들겠다는 간절한 다짐을 했습니다. 그 실천방안으로 835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기고자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특히, 문화관광 분야 주요 사업 중 하나인 복합문화융합단지는 문화·관광·쇼핑·체류 등 복합형 단지로 K-POP 클러스터, 테마랜드, 프리미엄 아웃렛이 들어서 향후 의정부 100년 성장 동력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재임 10여 년을 정리하다 보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세월도 많이 흘렀고, 빨리도 흘러간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니 모두가 부러워할 법한 시장직이 나에게는 하루도 편치 않은 가시방석 같았습니다. 설렘도 보람도, 아픔도, 상처도, 한 없는 고독함도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시원섭섭합니다. 그동안 함께 했던 시간, 공간, 그리고 사람들이 나에게는 추억이고 사랑입니다. 무엇보다 12년간 시장직을 무사히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의정부 시민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응원과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직원들이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시민분들과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싶습니다." -재임 기간 추진한 사업 중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세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나.
"을지대학교 의정부 캠퍼스와 부속병원 유치, 차별화된 도서관 건립과 스포츠 복지, 직동·추동 근린공원 조성 사업 이 세 가지를 들고 싶습니다. 미군기지 캠프 에세이욘 부지에 을지대학과 부속병원, 을지대학교 의정부 캠퍼스를 유치해 지난해 3월 개교·개원한 것은 4가지의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로 미군 반환 공여지에서 이루어지는 대규모 민간 투자사업의 첫 사례라는 점이고, 둘째로 반세기 넘게 국가안보를 지켜오던 땅이 이제 국민 건강과 교육을 책임지는 공간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것입니다. 셋째로 오랫동안 교수를 지낸 나는 항상 마음에 교육에 대한 열정을 담고 있는데, 시장으로 당선된 후 을지대학교와 부속병원을 유치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46만 의정부시민의 오랜 숙원이던 을지대학 병원이 개원하며 의정부시가 표방하는 100세 도시의 면모를 더욱 갖추게 됐다는 점입니다. 나는 재임 기간 3가지만은 시민들께 반드시 해 드리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도시공원, 도서관, 그리고 체육시설이 질적으로 고도화되고 양적으로 풍부해 시민들이 행복하게 살기 좋은 도시를 완성하는 것이었습니다. 공원은 국내 최초로 민간자본을 활용해 직동공원과 추동공원 102만5천253㎡를 시민들게 돌려드렸습니다. 특색있는 도서관도 많이 조성했습니다. 기존의 정보도서관과 가재울 도서관, 민락동 공공미술 전문도서관과 발곡 음악 전문도서관이 조성됐고, 체육도서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편, 동계스포츠 메카도시를 완성하기 위해 기존의 실내빙상장에 더해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컬링장을 조성했고, 현재는 스피드스케이트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4개 권역별로 국민체육센터 건립, 흥선권역(녹양복합체육센터), 송산권역(민락국민체육센터), 호원권역(호원국민체육센터), 신곡권역(의정부시스포츠센터) 등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호원체육센터(가칭)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의정부반다비국민체육센터를 건립합니다. 이 밖에도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엄두도 못 낼 만큼의 테니스장을 조성했으며, 현재는 대표적인 마인드 스포츠인 한국기원 이전 및 바둑 전용 경기장을 건립하고 있습니다. 전국 최초로 민간자본을 활용해 직동·추동 근린공원을 조성한 것은 우리 시가 예산 투입 없이, 토지매입비 2천200억원, 공원시설비 330억원 등 무려 2천530억원을 절감하고 약 30억원의 취득세를 벌어들인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민간사업자 공모에서 탈락한 업체가 각종 민원을 제기해 담당 공무원이 검찰수사를 받고, 20건 이상의 토지보상비 증액 소송 등이 잇따르는 등 어려움도 많았지만 '공원을 시민에게 반드시 돌려드리겠다'는 의지와 믿고 따라준 공무원들의 헌신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반면 후회가 남는 일이 있는지.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자원회수시설 이전 사업을 완료하지 못한 것입니다. 장암동에 소재한 자원회수시설은 2001년 11월에 준공돼 내구연한 15년을 이미 초과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일동 환경자원센터로 이전 증설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러자 포천시 등에서는 자일동에 소각장이 들어설 경우, 광릉숲 등의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며 자일동 소각장 설치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소각장 설치 예정 부지에는 설치를 반대하는 내용을 적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습니다. 임기를 끝내기 전에 설치를 마무리하고 싶지만 아직 공사를 착수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기피 시설 입지에 대한 주민의 강력한 반대에도 꼭 필요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주민을 설득해 공사를 해야하겠지만 정해진 임기 때문에 중단해야하는 마음이 더 어렵습니다. 나는 3선 시장이기 때문에 그래도 많은 일을 해냈다고 자부합니다. 만일 재선조차도 하지 못한 시장이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을 계획한다면 거의 공염불에 그치고 다음에 당선된 시장에 의해 변경되거나 폐지되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3선이 끝난 후 새로 당선된 시장이 지금까지 추진해온 자원회수시설 설치를 비롯한 의정부시의 중요사업들이 원점에서 재검토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변경될까 걱정이 많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아무래도 경전철 관련 각종 소송을 극복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고 생각이 듭니다. 경전철은 용인과 김해, 그리고 의정부 이렇게 전국에 따가 세 곳 있는데 모두 저마다의 문제가 있습니다. 의정부의 경우 재정 문제로 파산에까지 이르렀는데, 손해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까지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퇴임을 앞두고선 자치권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자치권을 수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30년 만에 일부 바뀌긴 했지만 매우 불완전합니다. 의정부시의 경우 우선 시의 살림살이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적 안배가 안 된다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로 작용합니다. 열악한 재정구조 속에서 지자체장의 권한도 매우 협소합니다. 내가 이 도시의 시장을 맡고 있지만 경기도의 승인 없인 폭 2m 도로를 4m로 넓힐 수 없습니다. 녹지와 공원의 용도도 바꿀 수 없습니다. 전부 경기도로 가야 합니다. 최근엔 부시장 인사와 관련해서도 그런 한계점들을 많이 느꼈습니다. 법적으론 내가 인사권자지만 부시장을 파견한 도의 뜻을 거슬렀다는 이유로 오히려 내가 지적을 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내 마음대로 인사도 할 수 없고 이 일을 상의하기 위해 도지사 권한대행과 소통하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려던 것이 아니라 억울한 일이 없도록 원칙적으로 일을 추진하려던 것인데 나와 10년 넘게 같이 일한 직원들까지 돌아서는 것을 보면서 상심을 많이 했습니다. 직원들조차 인사 담당자를 다치게 하고, 고집부리려는 시장으로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웠는데, 그 대목이 참 아프게 다가옵니다. 세상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요." -후임 시장에게 하고 싶은 당부의 말이 있다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우선 리더십이 있어야 합니다. 리더십의 형태도 다양하지만 지금의 시점에서 어떠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시정을 잘 이끌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단체장으로서 타고난 기질에 따라 본인 특유의 리더십을 적용할 수도 있겠지요. 꼭 해결해야 할 지방자치 과제는 참 많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경제 보살핌이겠지요. 전임 단체장이 심혈을 기울여 진행하고 있는 정책을 차별화한다고 전부 뒤바꾸는 것보다는 진정 잘하고 있는 정책은 계승하고 이어나갈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풀뿌리 민주주의에서는 주민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단체장과 공무원은 시민들이 뽑은 대리인, 즉 공적 머슴입니다. 시민들을 잘 모시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성실하게 경청하고 또 경청하면 지역 문제는 잘 해결됩니다. 시장은 시장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것만 잘 준수하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의무만 잘 지키면 시민들이 부여해 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퇴임 후 계획은.
"그동안 의정부시 시장으로서 12년간 의정부시 발전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해 봉직했습니다. 이제 좀 내려놓고 몸과 마음을 좀 평안하게 다스릴 생각입니다. 대학 등에서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당분간은 쉬고 싶다고 고사했습니다. 지인들과 그동안 못했던 바둑도 두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자유롭게 지내볼 생각입니다."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