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제일초등학교 한 학부모가 금이 간 별관 건물을 가리키고 있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성남제일초는 오랜 기간 학교 인접 아파트 공사 등의 영향으로 현재 붕괴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긴급 대피와 안전시설 확보해 주세요".
학교 삼면을 둘러싼 석축 옹벽과 학교 건물 균열 등의 문제로 등교 거부라는 집단행동이 이뤄지고 있는 성남 중원구 중앙동 소재 성남제일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청원이 2천명을 넘어 신상진 시장 체제에서 첫 '성남시 행복소통청원'으로 채택됐다.
학부모회 청원 2천명 이상 동의 성남시 행복소통청원 기준 충족 민선 8기 첫 사례·답변 내용 '주목'
26일 성남시에 따르면 지난 19일 김모씨가 올린 성남제일초등학교 청원이 이날 오전 1시 현재 2천153명의 지지를 받았다.
성남시는 지난 2018년 10월 홈페이지에 행복소통청원 게시판을 개설, 청원을 받고 있으며 1개월 기간에 2천명 이상이 동의하면 공식 답변에 나서고 있다. 이번 청원은 민선 8기 신상진 시장 체제에서 이런 조건을 충족한 첫 번째 사례로 신 시장이 어떤 답변이나 해결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청원 내용은
김씨는 청원에서 "성남제일초등학교 학부모회"라며 "성남제일초는 오랜 기간 학교 인접 아파트 공사 등의 영향으로 현재 붕괴 위험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그러면서 "아파트 공사 기간 중 다음과 같은 학교 시설 내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사 시점(약 5년 전)부터 학교 건물 내 수압 낮아짐 현상으로 화장실 사용 불편 ▲19년: 학교 옹벽 부풀음 현상 ▲20년: 별관 화장실 균열 ▲22년: 옹벽 균열 ▲22년: 건물 균열 및 지반 침하, 옹벽 인근 싱크홀, 넘어지고 있는 고압 시설 등을 제시했다. 성남제일초 인근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아파트 재개발(성남중1구역)과 관련한 공사가 막바지 진행 중이다.
청원인은 이어 "최근에는 육안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지반이 계속 가라앉고 있어 이대로 방치되었다가는 제2의 서울 상도초등학교가 될까 걱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시청 등에 수차례 아이들 안전 확보와 개축을 요청하고 있지만 '학교는 안전하고 특이사항 없음'이라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아이들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돼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음에도 적극적인 대처가 되지 않고 있어 청원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며 크게 2가지 대책을 요청했다.
청원인은 먼저 "학교 시설 폐쇄 및 안전한 곳에 임시 모듈러 교실을 설치해 주세요"라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당장 전체 시설 폐쇄 및 긴급 대피가 필요하다. 지반 침하로 건물 전체 붕괴 위험이 올라가고 있다"며 "안전 대피를 위해 임시 모듈러 교실 설치가 필요하지만, 지반 침하로 학교 내 설치는 불가능하다. 아이들이 임시로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시고, 임시 모듈러 교실을 설치해서 빠르게 아이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해달라. 임시로 모듈러 교실 설치 가능한 공간으로는 하늘채 공용 복지 시설 부지 또는 성일고등학교 옆 공용 주차장 정도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또 "지반 기초 다지기부터 시작해 본관, 별관을 모두 개축해 달라"며 "지반 침하는 심각한 건물 붕괴의 원인이다. 전체 건물 개축을 해야 지반 다지기가 가능하다. 본관 및 별관 건물 모두 즉시 개축해서 지반에서 건물까지 안전한 시설 확보가 가능하도록 해달라. 아이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학교 시설 안전이 빠르게 확보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더 관심과 지원을 간곡히 부탁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성남시의회 행정교육위원회(위원장·박경희)가 성남제일초등학교 현장을 찾아 안전대책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성남시의회 제공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아이들 안전
성남제일초 학부모들은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지난 22일부터 등교 거부를 이어가고 있다.
성남시의회 행정교육위원회(위원장·박경희)는 전날 현장을 찾아 학교 및 교육청 관계자들과 함께 학교 건물 외관 및 별관을 둘러싼 옹벽을 꼼꼼히 살펴보는 등 안전대책 추진 상황을 점검했고, 박 위원장은 "시의회 차원서도 관련 예산 지원 등 학생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진보당 성남시협의회 등 지역 시민단체는 성남교육지원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생 절반 이상이 등교를 거부하고, 급식 미화 복지교사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언제 무너질지 모를 별관에 남아 불안에 떨며 근무하고 있다"며 별관 전면 폐쇄, 즉각적인 안전 대책 수립 등을 촉구했다.
또 경기도교육청은 석축 옹벽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지금까지 수년을 문제 제기한 학부모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석축 우선 보강 등의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