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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시에서 2천400여 세대 규모 대단지 아파트 입주자의 개인정보가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 유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부동산 중개업소가 보유하던 이 아파트 입주자들의 명부로, 동호수별 입주자의 이름과 연락처, 입주예정일 등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독자 제공

의정부시에서 2천400여 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 입주자의 개인정보가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 유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5일 의정부경찰서와 주민 등에 따르면 의정부의 한 지역 부동산이 최근 입주가 시작된 2천400여 가구 규모 아파트 입주자들의 개인정보가 적힌 명부를 이용, 전세 임대 등을 권유하는 영업을 하다가 사업시행자인 재개발정비사업 조합 관계자에게 덜미를 잡혔다.

조합 관계자는 부동산 중개업소 사무실에서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그 자리에서 해당 명부를 압수하고 사건을 접수했다.

입주민 명부 영업 중개업소 덜미
동호수별 연락처·주민번호까지
상세 기입 확인… 범죄악용 우려

해당 부동산 중개업소가 가지고 있던 입주자 명부에는 동호수별 입주자의 이름과 연락처,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입주 예정일, 사전점검 방문 일자와 시간, 에어컨 설치 대수, 줄눈시공 여부와 업체 등이 구체적으로 적혔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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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시에서 2천400여 세대 규모 대단지 아파트 입주자의 개인정보가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 유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부동산 중개업소가 가지고 있던 이 아파트 입주자들의 명부로, 동호수별 입주자의 이름과 연락처, 주민번호 등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독자 제공

이 중개업소가 가지고 있던 다른 자료에는 입주를 앞두고 시공사가 초기 설정한 세대별 현관 비밀번호가 동호수 별로 적혀있기도 했는데, 범죄에 악용될 경우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한 입주민은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지금도 부동산에서 계속 전화가 온다"면서 "내 주민번호와 연락처를 누가 얼마나 알고 있을지 몰라 소름이 끼친다. 매우 불쾌하고 화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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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시에서 2천400여 세대 규모 대단지 아파트 입주자의 개인정보가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 유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부동산 중개업소가 가지고 있던 이 아파트 동호수별 현관 비밀번호 자료. /독자 제공

조합 "경찰 수사 적극 협조할 것"

조합 관계자는 "몇 달 전부터 입주자들의 개인정보가 수백만원에 거래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최근 사실로 확인됐다"며 "조합원뿐만 아니라 모든 입주자의 정보가 나간 것으로 미뤄 계약 또는 입주와 관련된 업체 어딘가에서 자료가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다수 조합원이 피해를 본만큼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면서 "시공사별로 따로 관리되고 있는 2천명이 넘는 입주자의 개인정보가 어떤 경로로 부동산 업자에게 들어갔는지 경찰은 명명백백하게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아직 수사 초기로, 조만간 참고인과 피고발인 등을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