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성처럼 등장했던 그녀다. 젊은 보수의 아이콘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고, 당대표였던 전 대통령을 상대로 비등한 경쟁을 벌이며 단단한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그런 그녀가 고향인 부산을 떠나 경기도 최북단에 새 둥지를 틀었다. 손수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희망포럼 대표 이야기다.
낙선 이후 정치를 잠시 떠나있는 동안 장례지도사로 변신해 주변을 놀라게 했던 손 대표는 이제 동두천·연천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재기를 노린다. 장례지도사 일을 하면서 만난 경기북부 주민들로부터 마음의 위안과 진심 어린 응원을 받았다는 그는 이젠 그 보답으로 정체된 경기북부 발전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여성 국회의원의 불모지인 경기북부에서, 그것도 보수 정당 소속으로 도전장을 내기란 쉽지 않다. 자당 현역 국회의원이 있는 상황에서 시작하는 청년 정치인의 입장은 더욱 막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손 대표는 정치적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고 거침없이 민생으로 뛰어들어 지역을 위해 일하겠다는 각오다.
손 대표를 직접 만나 경기북부에 터를 잡게 된 계기와 현안에 대한 생각,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19대, 20대 총선 이후 공백기가 있었다. 다시 정치로 돌아온 이유는?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정치를 시작해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현실 정치의 한계를 느낀 적도 있고, 낙선의 아픔도 뼈저리게 겪었다. 그래서 한동안 쉬면서 나 자신을 가다듬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만났고, 삶과 죽음을 몸소 체험하는 일을 통해 나 자신이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 장례지도사 일을 하다 보면, 3일 동안 유족과 지내면서 잠시나마 가족 같은 관계가 된다. 함께 울고 웃으면서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는 과정을 함께 하면 자연스럽게 사람의 진면목을 보게 되고, 마음을 터놓게 된다. 고향을 떠나 경기북부 지역에서 장례지도사 활동을 하면서 동두천·연천에서 수많은 가족을 만났다. 2차례 낙선 이후 사람에 대한 상처가 컸는데, 새롭게 만난 경기북부의 주민들이 큰 위로가 됐다. 그 분들이 정신적으로 많이 무너져있던 나를 살렸다고도 할 수 있다. 20대 때 정치를 시작한 나에겐 뭘 해도 정치인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낙선 후엔 많이 위축되기도 했는데 장례지도를 하면서 자존감을 많이 회복할 수 있었다. 특히 나와 정치적 성향이 달랐던 주민분들마저도 나에게 '다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신 것은 다시 한 번 용기를 내는 계기가 됐다. 3년 넘게 경기북부에서 장례 관련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지역에 대해 알게 됐고, 동두천·연천의 경우 수많은 중첩 규제 속에 수십년 동안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음을 많이 느꼈다. 동두천·연천의 발전을 위해선 정치적으로 큰 틀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여의도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왜 동두천·연천인가?
동두천을 처음 찾았을 때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서울과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지금 동두천 연천 시내를 다녀보면 과거 미군이 주둔했던 모습 그대로 시간이 멈춰있는 곳이 많다. 미군의 평택 이전으로 사람은 나갔는데, 건물과 토지는 그대로라 그렇다. 문제는 안보를 위해 희생했던 지자체가 이런 쇠락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국가의 관심이나 지원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는 점이다. 올해만 해도 정부의 미군공여지 예산이 2조였는데 동두천은 1원도 못 받았다. 안보를 위해 희생했던 도시라고 하면서 실질적인 보상은 너무 미약했다. 그런 부분에서 실제 동두천 시민들이 느끼고 있는 정책적 소외감이 적지 않으며, 이곳에 있다 보면 중앙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소외받은 곳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반면, 동두천 연천 지역은 알면 알수록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품고 있는 곳이다. 이 지역은 한탄강, 선사 유적지 등 관광자원이 풍부하면서도 반려사업 등 미래 발전 가능성이 큰 테마를 곳곳에 보유하고 있다. 서울과 가까워 자연 친화적인 삶을 누릴 수 있으면서도 아직 원석의 모습을 간직한 보석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발전 가능성 100%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할 일이 많다고 느낀다. 동두천 연천은 내가 쓰임이 있을 것이라는 소속감과 더불어 앞으로 발전의 동력을 찾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하는 곳이다. 경기북부에서 여성 정치인,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은 전무하다. 불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국민의힘만 보더라도 제21대 국회에서 활동하는 의원 111명 중 여성 의원은 20명으로 소수이고, 그중 지역구 국회의원은 8명에 불과하다. 사실 나를 설명하는 한 줄 '30대 젊은 여성 정치인'이라는 문장에서 나에겐 '젊은'도 버겁고, '여성'도 버겁다. 쉽지 않은 도전이라는 점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현명한 시민들을 믿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내가 27살에 정치를 시작했을 때 정치 환경은 지금보다 훨씬 혹독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자웅을 겨루고, 큰 선거를 두 번 치렀다. 그 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나의 큰 자양분이 됐다. 요즘은 나의 그런 경험치를 인정해주시는 시민들도 많다. 경기북부는 그동안 문희상 전 국회의장, 홍문종 전 사무총장 처럼 거물급 남성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지역정치가 흘러 온 측면이 있다. 그런 다선 의원들에 가려져 신인도, 여성도 없었던 지역이다. 그렇기에 한편으론 시민들이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정치인은 부족했을 수 있다. 최근 동두천의 한 걷기 행사를 갔는데 뜻하지 않게 여성분들로부터 큰 환대를 받아 정말 기분이 좋았다. 항상 현장에 가면 먼저 반겨주시는 분들이 여성분들이고, 딸처럼 동생처럼 아껴주신다. 그분들에게 나는 전혀 권위적이지도 않고, 어렵지 않은 상대이기에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상대다. 그런 면에서 나만의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남다른 친밀감과 주민의 힘든 부분을 잘 공감하는 능력 면에선 자신 있다.
새로운 지역에서 자리잡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어려움은 없나?
젊은 여성 정치인이기에 좋은 점도 있지만, 힘든 부분이 있긴 하다. 최근 갑자기 정도가 심해진 협박문자나 협박전화는 참 고민스럽다. 그동안 정치에 몸담아 오면서 그런 경우가 종종 있어서 개인적으론 크게 개의치는 않지만, 엄연히 잘못된 일이다. 전화를 해서 욕설을 하거나, 모욕적인 말을 문자로 보내는 소수의 몇 분이 계시는데 이런 불법적인 행동을 어디까지 용인해야 하나 생각 중이다.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지역에 어떤 여성 정치인이 오더라도 비슷한 일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건강한 정치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런 행태를 계속 놔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 인터뷰를 빌어 선넘는 행동을 하는 분들께 경고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같은 당 현역 의원과 공천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동두천 연천이 지금까지 발전하고, 평화경제특구 등으로 지정되는 등에 있어 우리 당 김성원 의원님의 기여가 참 많으셨다. 김 의원님이 일구신 성과를 존중한다. 늦게 이 지역에 발을 들이게 된 입장에서 김 의원님과 건강한 경쟁을 하고 싶다. 김 의원님과 나 모두 10년 넘게 같은 당에 몸 담은 정치 공동체이자 같은 둥지에 있는 가족이다. 원팀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정정당당한 플레이가 필요하다.사실 우리 당 뿐만 아니라 상대 당 사람이더라도 지역발전을 위해선 힘을 합해야 하는 곳이 동두천 연천이다. 갈등과 반목보다는 화합으로 모두 힘을 모아 이 지역을 살리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시민들의 관심이 많은 GTX-C, 제생병원, 미군 공여지 문제 등은 누구 한 사람의 힘만으론 결과를 도출하기 힘들다.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는 일도 마찬가지다. 힘들어하는 지역 주민을 위해선 니편 내편 따지지 말고 다 함께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동두천 연천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할 수 있나?
최근 수년 동안 리더스클럽을 운영하면서 정책 연구를 해오다 보니 이 지역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정책이 수시로 눈에 보인다. 동두천의 경우 과거 성황했던 모습을 다시 불러일으키자는 뜻에서 '동두천프리덤'을 꿈꾼다. 오랜 시간 정체됐던 지역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떨어진 시민의 정책적 효용감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피부에 와 닿는 변화를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철도 사업을 비롯해 동두천에 있는 많은 현안 중엔 국가가 개입해야 하는 굵직한 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시민들로 하여금 정치에 회의적으로 느끼거나 포기하는 심정이 되게 만들었다. 이제는 실질적인 개선이 절실하다. 병원 문제를 예로 들면, 수년간 지지부진한 제생병원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에 단 한 곳 있는 응급실이 잘 운영되게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러려면 의료수가 개선과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책적 세심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광 활성화 문제도 비슷하다. 큰 개발사업이 아니더라도 곳곳에 있는 애견카페를 연계시킨 투어를 활성화하는 등 당장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야 한다. 시민들이 느꼈을 때 달라지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군 공여지 문제에 대해선 그동안 너무 진척이 없었기 때문에 시민들의 뜻을 모아 중앙정부에 호소하고, 가열차게 달라붙는 구심점과 기폭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부분은 오히려 내가 이 지역 출신이 아니기에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합리적인 방법을 더 잘 찾을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연천은 쓰레기 매립지 문제 등이 현안이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복잡하지만, 시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 한탄강의 수질 문제, 산단 내 소각장 문제, 주상절리 개발 등 청정 연천의 자연을 보존하면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
정치인 손수조의 목표는 무엇인가?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줄곧 '보통 사람 누구나 참여하는 정치'를 꿈꾸고 지향해왔다. 정치가 특정 소수의 향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도전하고 꿈꿀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과거 '3000만원으로 선거 뽀개기' 공약도 그런 발상에서 출발했다.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데, 국민 누구나 그 권력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나의 도전으로서 그것을 증명하고 싶다. 보통 사람인 내가 정치의 장벽을 깨는 것으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증명해 보이고 싶은 열망이 있다. 보수우파에서 따뜻하고 감성적인, 그리고 서민적인 여성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은 그런 꿈이 있기 때문이다.전통적으로 경기북부는 보수적인 지역이라고 여겨져 왔는데, 이곳에서 30대 여성 정치인이 성공적으로 자리잡는 혁신을 이뤄내고 싶다. 경기도의 최북단에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
/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