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 근로자가 안전모 없이 작업하다 크게 다치자, 사고 현장에 피 묻은 안전모를 몰래 가져다 두는 등 중대재해를 은폐·조작한 업체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3일 의정부지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7월 양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배관 점검 작업을 하던 근로자 A씨가 사다리가 부서지면서 머리를 다쳤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튿날 숨졌다.

경찰은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관리소장 C씨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안전모의 혈흔 등이 수상하다고 판단해 보강수사에 나섰다.

검찰 조사 결과 입주자대표회장 B씨는 A씨가 안전모를 쓰지 않고 작업한 것이 문제가 될까봐 관리소장 C씨에게 안전모에 A씨의 혈흔을 묻혀 사고 현장에 두라고 지시했고, C씨는 실제 행동에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B씨와 C씨는 아파트 관리비 절감을 위해 배관 작업을 전문업체가 아닌 관리사무소 직원을 시켰고, 산업재해 발생에 따른 각종 교육과 형사처벌 등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산업재해를 은폐·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은 2010년 10월에도 근로자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다치자, 출근부를 허위로 작성해 정상 출근한 것으로 하고 산재보험 처리를 해주지 않는 등 산업재해를 은폐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의정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이상훈)는 안전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아 근로자가 사고로 숨지게 하고 조사를 방해하는가 하면, 과거 산업재해를 은폐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 등)로 관리소장 C씨를 구속기소했다.

또 B씨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그밖에 이 아파트 관리업체 법인과 대표이사 D씨도 사고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D씨가 노동청에 제출한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 관련 서류를 전면 재검토해 혐의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아파트 관리업체는 소속 직원이 약 2천400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검찰이 중대재해처벌법위반을 직접 입건해 기소한 최초의 사례”라면서 “단순 산재사망으로 송치된 사건을 검찰에서 보완 수사해 B씨와 C씨의 산재 원인조사 방해 범행과 과거 은폐 범행을 밝혀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앞으로도 충실한 보완 수사를 통해 산업재해 범행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