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로서 학부모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하지만, 학교 현장엔 사실 비상식적인 학부모도 많습니다. 아이가 문제행동을 일으켜 통화를 하면 협조적인 학부모도 있는 반면 ‘그럴리가 없다’, ‘선생님이 잘못 아신거다’ 하면서 방어적으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학부모 또한 교사를 존중할 수 있도록 관련 연수와 교육이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의정부지역의 한 초등학교 저연차 교사)
“선생님이 지금 말씀하신게 제 생각과 똑같습니다.”(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해 호원초 교사 사건 이후 힘들었던 기억을 새기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아 의정부에서 열린 스승의날 행사에 참석했다.
교육공동체를 상징하는 세 그루 나무를 심은 임 교육감은 초임 또는 저연차 교사 24명과 공감토크도 진행했다.
의정부지역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고충과 애로사항을 이날 임 교육감에게 토로했다. 또 학생 생활지도 매뉴얼 개발과 과중한 행정업무의 경감, 사회초년생을 위한 지원 필요성 등을 호소했다.
한 교사는 “반에 문제행동 학생 한 명이 있으면 주변 여러 학생이 피해를 본다. 그럴 때 수업을 멈추는 것도, 멈추지 않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AI를 활용해 학급에서 처하는 사례별로 지도 매뉴얼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건의했다.
또 다른 교사는 “수업 전문가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저의 1순위라고 생각하는데, 자잘한 학교 행정 업무가 많아 3월 한 달 동안 계속 8~9시에 퇴근했다”며 “교육과 큰 관련성이 없는 업무는 행정직이 맡을 수 있도록 업무의 경계를 정확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밖에 “학교폭력 등 꼭 심각한 민원 사항이 아니더라도, 이를테면 야외수업을 하는데 왜 선크림 공지를 안했냐는 둥 학부모들의 사소한 민원도 초임 교사에겐 큰 부담이 된다”, “집이 먼 신규 교사의 경우 주거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교육청 차원의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 “업무용으로 한컴 오피스 외에 MS기반 소프트웨어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호환성 문제로 학생들의 과제물을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등 여러 건의사항이 임 교육감에게 전달됐다.

임 교육감은 교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사 등 주거복지 정책 도입, 수습근무 방식의 신규교사 연수기간 연장 등 일부 해결책을 제시했다. 또 정신건강 기초진단 의무화, 학습부진 학생을 위한 공유학교 활용 등도 대안으로 내놨다.
임 교육감은 “많은 학생의 수업권 보장을 위해선 때로는 학부모의 동의 없이도 분리 등 교육적 조치를 교사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학생의 마음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학부모와 교사 모두가 힘을 모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과 제도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 업무에 대해선 학교 현장의 관리자, 교장 선생님의 리더십 아래 교직원들이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신규 교사들이 교육과 연수를 통해 경험을 쌓고, 학교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도록 도교육청이 최대한 돕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