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연구원 등 대선 국가문화정책 토론회
5대 국정 과제 중 ‘지역문화’ 정책 선정
지역 소멸 시대, 대안으로서 문화 역할 커
문화자치 기반 위한 제도, 재원, 인력 중요
“새로운 문화도시, 예술마을 등 추진해야”

제21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 정도 앞둔 가운데 차기 정부의 국가 문화 정책에서 ‘지역의 문화결정권 강화’와 ‘지역문화의 고유성 활성화’ 등 지역문화 정책을 핵심 국정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역 소멸의 시대’ 속 지난 정부는 중앙집권적 문화 정책으로 여전히 지역문화의 제도, 재원, 인력, 참여 등 측면에서 자치 기반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으며, 지역문화 행정의 자율성·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문제 의식에서 나온 정책 제언이다.
지난 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국가 문화 정책 대전환,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21대 대통령선거 국가문화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연구원, 더불어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사)문화강국네트워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전재수·강유정·박수현·이기헌·임오경·조계원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민주당 대선 공약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국가 문화 정책 대전환의 방향과 혁신 과제’를 주제로 기조 발표를 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국가 문화 정책의 5대 국정 과제로 ▲문화의 높은 위상, 국가 문화 정책 전면 혁신 ▲국민의 문화권리 확대, 예술인 창작과 지위 보장 ▲K-콘텐츠 집중 투자로 TOP 5 콘텐츠 강국 실현 ▲지역의 문화결정권 강화, 지역문화의 고유성 활성화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 전국이 가고 싶은 관광도시 조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혁신, 통합, 성장, 융합이란 국가 문화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국정 과제를 도출했다.
차기 정부가 실현해야 할 국정 과제로 지역문화 분야를 선정한 것이 눈에 띈다. 이 교수는 “지역 소멸의 시대에 지역 인구의 대도시 집중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문화 다양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지역문화 격차 해소뿐 아니라 지역문화의 고유성을 살려 지역 시민들의 문화 자존감을 고취해야 한다”고 했다. 또 이 교수는 “지역문화 차별화를 위한 예산의 자율성 강화, 문화재단과 지역 지원 조직 활성화, 지역 문화 사업들의 자율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가 세부적으로 제안한 국가 문화 정책 10대 핵심 과제에선 ‘문화자치 실현, 생활밀착형 문화시설 확충과 인재 양성’과 ‘지역을 살리는 문화도시, 예술마을 조성’을 각각 7번째와 8번째 과제로 꼽았다.
이 교수는 “지역 주민이 15분 안에 갈 수 있는 미술관, 도서관, 공연장 등 생활밀착형 문화시설을 확대해 문화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문화 정책 결정의 상당 부분을 지역으로 내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지역문화진흥법상) ‘문화도시’를 50개 조성하고, 문화도시 지정의 범위보다 작은 규모의 ‘예술마을’ 사업을 추가로 추진해 동이나 면 단위에서 일상 속 예술이 꽃피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기조 발표에 이어 주제별 정책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지역문화’ 분야 발표자로 나선 손동혁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이사장은 “K-컬처에 대해 희망적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극단적으로 소멸 이야기가 일반화되고 있는 ‘지역’을 문화에 붙이면 희망적이지 않다”며 “지역에서의 삶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문화 영역에서 살펴야 하는 것들이 많다”고 운을 뗐다.
손 이사장은 지역문화의 정책 과제로 우선 지역문화 자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문화 자치 근거 법률 제·개정 ▲지역문화진흥 재원 확충 ▲전문 인력과 문화 시민 성장 촉진을 주장했다. 손 이사장은 “지역 스스로 자기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기반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데이터를 축적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지역에 여러 가지의 문화기관이 많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제도적으로는 정부나 지방정부가 만들어 놓은 정책을 사업화하고 실행하는 것을 벗어나기 어렵게 돼 있다”며 “이런 부분들이 더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역문화진흥법 등 문화 자치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손 이사장이 제시한 정책 과제는 ▲문화예술 행정의 독립성과 자율성 강화 ▲생활밀착형 문화예술교육 인증 제도 도입 통한 시민 문화력 향상 ▲주거 복지 연계 문화예술교육 ▲지역 문화예술인과 사회적 돌봄 연계,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 ▲농산어촌 지역 신규·공공 유휴시설의 문화재생 활성화 ▲생활문화 2.0 정책 추진 ▲문화도시와 예술마을 조성 사업 확대 ▲문화예술패스 연령·적용처 확대 등이다.
손 이사장은 “문체부 예산의 절반은 기금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문체부가 기금을 모아 지역에 필요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며 “문체부가 일정한 요율로 직접 배분하는 방식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손 이사장은 “문화도시 사업은 문재인 정부 시기와 윤석열 정부 간 많은 부분이 변화했는데, 두 시기의 사업에 대해 전체적 평가가 필요하다”며 “문화도시 사업 모델을 정비해 새롭게 추진하고, 문화도시가 생활권과 결합할 수 있도록 예술마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예술’(이원재 경희사이버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 ‘지식문화’(정원옥 문화사회연구소 소장), ‘콘텐츠’(유창서 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스포츠’(함은주 스포츠인권연구소 사무총장), ‘관광’(심창섭 가천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분야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