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석학들은 대한민국을 ‘1호 인구 소멸 국가’로 지목해왔다. “두 세대 후 한국 인구의 85%가 사라진다”는 인구학자 폴 몰런드의 독설은 귀에 꽂힌다. 한국은 이미 지난 2017년 ‘고령사회’가 됐다. 지난해 12월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5년 뒤에는 국민 4명 중 1명이 75세 이상이 된다. 인구 피라미드는 극단의 인구 변화를 보여준다. 한국은 1960년대 피라미드형 구조에서 2022년 항아리형으로 변했다. 이런 추세라면 2050년부터 역피라미드로 변형이 시작된다. 결국 2072년에는 완벽한 역삼각형으로 뒤집히게 된다.

어린이날을 즈음해 나온 어린이 인구 통계가 씁쓸하다. 인구 4천만명이 넘는 세계 37개국의 어린이(0~14세) 인구 비율을 비교했다. 한국이 10.6%로 꼴찌다. 초저출산사회가 낳은 결과다. 유엔 세계인구 추계 분석자료를 보면, 10%는 한국이 유일하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초고령화 벼랑 끝에 선 일본(11.4%)에 2020년부터 역전당했다. 한국과 일본에 이어 이탈리아(11.9%), 스페인(12.9%), 독일(13.9%), 태국(14.7%), 중국(16.0%), 프랑스(16.5%), 영국(17.2%), 미국(17.3%) 등이 후순위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유소년 인구는 올해 2월 기준 542만8천명이다. 연령계층별 인구구조 그래프를 보니, 유소년 비율은 내년 9.7%로, 10%선마저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8년 8.8%, 2051년 7.9%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어린이 인구 감소는 단순 통계이상의 사회적 징후다. 어린이집 줄폐업과 소아과 오픈런이 증명한다. 실제로 어린이집은 지난 2013년 4만3천770곳에서 2023년 2만8천954곳으로 줄었다. 10년간 1만4천816개, 10곳 중 3곳이 사라졌다. 인구 구조의 불균형은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경제 성장률 저하와 복지제도의 재정부담 가중을 의미한다.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입니다. 어른들은 미래의 희망이요, 주인공이 될 우리 어린이들을 사랑하고 존경합시다. 희망을 위하여 내일을 위하여 다같이 어린이를 잘 키웁시다.” 1921년 ‘어린이’라는 용어를 처음 쓴 소파 방정환 선생의 찬사다. 방정환의 찬사가 한 세기 만에 전복됐다. 어린이 인구 꼴찌. 나라의 미래가 어두워졌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