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 발전, 민간투자 ‘키’… 로컬크리에이터들 도전 펼치길”

 

지역 성장, 청년 세대에 큰 영감·상징… 행정 주도 한계 민간 역할 커져

민간+행정 ‘복합개발’ 관심, 글로컬사업 위한 ‘사단법인 행궁동’ 준비도

단순 상권보호 넘어 정체성·경쟁력 갖춘 ‘지역경제 활성화 새 모델’ 주목

英 ‘코인스트리트’ 유사… 수원화성·드라마 촬영지 인기 등 균형감 고심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약 3년 전이다. 경인일보는 수원의 청년 로컬크리에이터 3명을 모아 지역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그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삶과 지역의 정체성, 돈이 되는 것과 돈이 되지 않는 것의 경계 등에서 수많은 고민을 하면서 지역과 함께 커 나가길 꿈꿨다.

박승현 공존공간 대표 역시 행궁동 더 나아가 수원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청년 크리에이터로서 소신을 밝힌 바 있었다. 이후 이들 크리에이터는 자신들만의 로컬 브랜드를 만들어 꾸준히 성장했고, 자체적인 수익 모델을 가진 문화기획자 혹은 지역 활성화를 하는 도시 기획자가 됐다.

그는 “지역이 성장한다는 게 청년 세대에게 큰 영감도 주고 이렇게 상징이 되는구나 라는 걸 저희도 많이 느끼고 있다”는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이런 지역에 있어 청년들이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행정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세상에 느끼는 괴리들로 대학 시절 많은 여행을 다녔다. 그러다 우연히 지역에서 한 축제 아르바이트에 참여하게 됐고, 그때 떠오른 아이디어를 기획서에 제안해 소위 ‘대박’이 났다. 그때부터 지역과 기획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박 대표와 함께 일하는 팀이 머무는 행궁동에 위치한 건물 ‘공존공간’은 원래 조부가 살았던 주택이다. 주택을 팔려던 조부를 설득해 임대를 하고 리모델링을 했다. 그때부터 이 공간은 ‘하고 싶은 것을 해보는 곳’이 됐다. 그 무렵 근처 가게들이 창업하고 자라면서 함께 협업하는 일들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수원의 한 마을이 청년 크리에이터가 자라난 디딤돌이 된 셈이다.

박 대표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행궁동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된 것도 이즈음이었다. 그런 고민의 과정에서 이룬 성장에는 수원시를 포함한 행정기관들의 역할도 컸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경제 시스템도 지속해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그는 많은 생각 끝에 행정이나 중간 지원 조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민간 차원에서의 확실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러다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지역상권법) 개정 내용에 있는 ‘상권 기획자’라는 단어에 눈이 번쩍 뜨였다.

박 대표는 “그동안 저 같은 기획자는 사실 용역업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기획자라는 법적 지위가 명문화되는 순간 우리는 법적인 단체가 되는 거다. 이게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하며 “최소한의 단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한 번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존공간이 같이 하게 된 ‘글로컬 상권 창출’이라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에 선정된 것도 이러한 박 대표의 의지들이 녹아 있다.

여기에는 지역 상생 구역이라는 개념도 들어가 있다. 너무 땅값이 빨리 올라 젠트리피케이션이 우려되는 곳에서 건물주들과 상인들이 함께 임대료를 적정하게 조절해 가는 것이다. 정부에서 지역 상생 구역으로 지정한 곳은 여러 법적·행정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수원시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에 박 대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복합 개발’이다. 민간에서 하는 개발을 행정과 같이 하는 것이다. 행정은 정해져 있는 형식과 틀 같은 가이드 라인들이 확실하고 그것을 지켜야 하는데, 민간이 진행하면 그런 부분들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박 대표는 “나라나 지자체나 재정에 위기가 온 상황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시대에 마을에서부터 ‘펀더멘탈(주요 거시경제지표)’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결국에는 ‘자생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고 있고, 글로컬 사업을 하면서 저희가 그린 밑그림이 바로 ‘사단법인 행궁동’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준비단계를 밟고 있는 사단법인 행궁동은 지역 상권과 주민이 주체가 돼 직접 사단법인을 설립하는 첫 사례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킬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의 자산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활용함으로써 단순히 상권 보호 차원을 넘어 행궁동을 고유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갖춘 지역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제 개발할 수 있는 면적이 좁은 상태에서는 앞으로 중소규모의 민간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희와 함께 민간업체가 투자를 해 이익을 공유하는 형태로 가되, 영업 이익의 일부를 사단법인 행궁동에 넣는 모델을 제안하려 한다”고 말했다. 먼저 행궁동의 고질적인 문제이면서, 더 많은 사람의 유입을 막는 주차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특색있는 형태의 ‘주차장’을 짓는 것을 구상 중이다.

박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영국의 유명한 도시재생 사례인 ‘코인스트리트’가 떠오른다. 코인스트리트는 낡고 허름한 공업지대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도시개발을 주도하며 도시와 주민의 삶을 모두 바꾸었다. 후로도 30년 넘게 도시재생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데에는 발생한 수익을 주민들이 민주적 과정을 통해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에 재투자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 컸다.

코인스트리트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행궁동은 ‘수원 화성’이라는 헤리티지가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역동적으로 들여다 보자면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를 얻고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이런 것을 어떻게 균형감 있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큰 형태는 코인스트리트처럼 발생하는 수익을 주민자치회나 상인회가 모여 있는 사단법인 행궁동에서 관리하고, 여기서 나온 수익금을 지역 주민들과 행궁동을 위해 쓸 계획이다.

박승현 공존공간 대표가 수원시 행궁동 공존공간 내 계단에 앉아 있다. 박 대표는 행궁동을 중심으로 지역과 상인들이 공존하는 수익모델을 제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로 발돋움했다.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박승현 공존공간 대표가 수원시 행궁동 공존공간 내 계단에 앉아 있다. 박 대표는 행궁동을 중심으로 지역과 상인들이 공존하는 수익모델을 제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로 발돋움했다.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어느덧 박 대표가 행궁동에서 활동한 지도 10여 년이 지났다. 그는 과연 지역의 어떤 변화를 느끼고 있을까. 확실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운영 체계가 없어 혼란이 있는 상태라는 것이 박 대표의 분석이다. 아직은 인프라 조성에 있어 부족함이 있다 보니 아쉬운 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행궁동은 이제 막 들어온 청년 창업가들부터 지역에 오랜 시간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토박이들까지 다양한 층이 존재한다. 즉, 치열하고도 열의가 있는 축제의 장이다. 이를 두고 박 대표는 ‘이웃이라는 것이 일상 공간’이라는 비유를 했다. 2년 전 주민자치회에서 “마을이나 수원에 대한 박 대표의 계획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같이 한번 만들어보자”며 그를 ‘섭외’한 것 또한 이곳이 열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궁동을 이끌어가는 사실상의 원동력이다.

박 대표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이 실패해도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는 장이 열릴 수 있길 바랐다. 그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의 역할에 대해 “이제 마지막이다. 공동체에 관련한 사업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라며 “지금 로컬 크리에이터라면 당연히 그런 역할을 해야 하고, 우리는 그 단계를 넘어 지역을 경영하는 역할을 해야 된다”는 소신을 전했다.

■박승현 대표는?

▲주민참여예산제, 마을만들기, 도시재생 등 지역 활동가(2010년~)

▲행궁동점거예술 축제 외 다수 지역문화활성화기획(2011년~)

▲지역경영회사 주식회사 기린(사명 변경 주식회사 공존공간, 2012년~)

▲로컬브랜드, 전통주 양조장 신도시양조회 대표(2018년~)

▲로컬브랜드, 모던한식주점 팔딱산 대표(2021년~)

▲수원청년 사회적협동조합 수원행 대표(2020~2024년)

▲중소벤처기업부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 컨설턴트 심사위원(2023년)

▲전라남도 도시재생 전문위원(2023년)

▲중소벤처기업부 동네상권발전소, 글로컬상권창출팀 행궁동 PM(2024~2025년)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