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해안도로 확장 현장조사
동면시기에 관측 없음으로 보고
“인천시 무방비 공사… 이중적”

인천시가 영종도 해안도로 확장공사 과정 중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의 주요 서식지를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시종합건설본부는 지난 3월부터 영종도 동강천의 배수문(중구 운북동 1259-4 일대) 철거에 나섰다. 이는 제3연륙교 개통에 맞춰 추진 중인 ‘영종해안순환도로 개설공사’(중산동∼운북동 2.99㎞) 일환이다. 해안도로를 확장하면서 동강천과 갯벌의 연결 지점에 새로운 배수문을 만들고 기존 배수문을 최근 철거 중이다.
이 과정에서 동강천과 연결된 갯벌이 무방비로 훼손됐다. 인천시종합건설본부는 도로 확장 공사 중 하천이 흐르지 못하도록 수백 개의 대형 포대로 ‘가물막이’를 만들었는데, 해당 구조물이 갯벌 위에 설치됐다.
영종2지구 매립 예정지인 이 갯벌 일대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흰발농게의 대표적 서식지다.
2020년 6월 인천시와 환경단체 등이 함께 진행한 ‘흰발농게 서식지 정밀조사’에서는 영종도 영종2지구 매립 예정지 갯벌에 최소 200만 마리의 흰발농게가 서식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현재 가물막이가 설치된 부근 415㎡ 갯벌에는 1만7천400여 마리의 흰발농게 개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인천시종합건설본부는 지난 1월 진행한 갯벌 현장 조사에서 ‘흰발농게 개체가 출현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냈다.
또 이를 토대로 ‘간이해양이용협의서’를 만들어 인천해양수산청으로부터 2월 25일 가물막이 설치를 위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얻었다. 최근에는 흰발농게 서식지 간판을 옮겨 도로 공사에 들어갔는데, 흰발농게 이주 등을 위한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환경 전문가들은 현장 조사가 이뤄진 1월에는 날씨가 추워 흰발농게가 관측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태원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는 “흰발농게는 20℃ 이상 따뜻한 날 야외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5월부터 10월까지 주로 관측된다”며 “1월은 흰발농게가 갯벌 깊숙이 굴을 파고 쉬는 동면 기간이다. 당연히 흔적이 발견될 수 없다”고 했다.
홍소산 영종환경연합 대표는 “인천시가 몇 년 전 흰발농게 서식지라는 간판을 세운 지점에서 최근에는 흰발농게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간판을 철거해 무방비로 공사를 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흰발농게가 없는 시기에 조사를 하고, 정작 공사는 흰발농게 활동이 시작될 때 하는 중”이라고 했다.
인천해양수산청 해양수산환경과 관계자는 “인천시종합건설본부와 공유수면 점·사용 협의 과정에서 현장에 흰발농게가 없다는 자료가 제출돼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고 했다.
인천시종합건설본부 토목부 관계자는 “공사 시기에 맞춰 지난해 말 용역을 발주해 1월에 현장 조사가 이뤄진 것”이라며 “일부러 흰발농게가 없는 시기에 현장 조사를 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 자문을 통해 흰발농게 서식지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경욱기자 imj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