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당원조사에 압박” 중단 요구
권성동 “시간 없다” 한덕수 배수진
경선 주자들도 지도부에 화살 돌려

제22대 대선 후보 등록을 사흘 앞두고 보수진영 단일화 협상이 대선 초반 판세를 가르는 최대 분수령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는 7일 저녁 서울 종로에서 회동을 하고 단일화 필요성엔 공감했지만 방식과 조건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추후 이번 회동 결과가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는 김 후보에게 11일까지 단일화 결론을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자기 주도의 단일화를 제시해 협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보수 지지층에선 “갈등 장기화 시 필패”라며 조속한 단일화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날도 호남을 순회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호남 대세론을 바탕으로 충청권까지 세를 확장하며 중원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이 후보 캠프는 “호남과 충청을 연결해 전국 대세를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은 이재명의 ‘확장력’ 시험과 보수진영의 ‘통합’ 갈등이 맞물리며 중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 편집자 주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문수 대선 후보 간 단일화 주도권 갈등이 ‘강대강’ 대결로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을 돌며 정책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데 반해, 국민의힘은 내홍만 깊어지는 모양새다. 따라서 7일 저녁 담판회동을 가진 김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가 추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당의 운명이 갈리는 양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후보와 한 후보의 첫 단일화 담판을 앞두고 당원을 대상으로 단일화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에 들어갔다. 김 후보는 당원조사는 물론 당 주도의 단일화 압박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지도부는 이번 주 내로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를 잇따라 열고 단일화를 관철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단 김·한 회동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 속에 단일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이어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오늘 두 분이 단일화 로드맵을 확정 지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제 더는 시간이 없다. 반드시 오늘 안에 단일화를 확정 지어야 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또 “우리가 패하고 대통령 재의요구권이라는 최후의 브레이크장치마저 잃어버린다면 이재명 독재는 막을 길이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한덕수 후보도 회동에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 본후보 등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배수의 진을 쳤다. 그러면서 “정치적인 줄다리기는, 하는 사람만 신나고 보는 국민은 고통스럽다. 그런 짓은 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한 후보는 조건 없이 단일화 절차를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김 후보는 여론조사보다는 통 큰 결단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공은 김 후보에게 돌아가는 형국이다. 전날 지도부에 항의하며 일정을 중단했던 김 후보는 이날은 한 후보와의 공동정부 제안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전향적인 분위기를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경선에 참여했던 주자들은 지도부에 화살을 돌렸다. 홍준표 후보는 “용산과 당 지도부가 느닷없이 한덕수를 띄우며 탄핵대선을 윤석열 재신임투표로 몰고 갔고 김문수는 그걸 역이용한 건데 왜 무임승차 노린 한덕수는 비난하지 않고 김문수를 비난하느냐”고 했고, 안철수 후보는 “허겁지겁 단일화를 밀어붙일 거면 왜 경선을 치렀나. 차라리 가위바위보로 정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종·김우성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