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수원 하늘에 전투기 굉음 “전쟁 난줄…”

 

공군 행사 선보일 ‘블랙이글스’

오후 4시부터 30분간 10대 비행

민가 오폭·남북 긴장… 대피도

市·군당국, 당일에야 일정 공지

사진은 지난해 경남 사천시 사천비행장에서 열린 ‘2024 사천에어쇼 기자 설명회’에서 블랙이글스가 곡예비행을 선보이는 모습. 2024.10.23 /연합뉴스
사진은 지난해 경남 사천시 사천비행장에서 열린 ‘2024 사천에어쇼 기자 설명회’에서 블랙이글스가 곡예비행을 선보이는 모습. 2024.10.23 /연합뉴스

시민들에게 시행 사실이 전달되지 않은 채 다수 전투기를 동원한 비행훈련이 이뤄지며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군과 지자체는 훈련 사실을 공지했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알지 못한 시민들은 때아닌 굉음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지난 7일 수원시 권선동 한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던 이모(28)씨는 별안간 들리는 굉음에 몇 번이고 창문 밖을 내다봤다. 낯선 전투기 10여대가 허공을 이리저리 가르는 모습에 이씨는 “군공항이 있는 세류동 근처에 살아서 비행 소음이 낯설지 않았는데, 떼지어 날아다니는 것을 보니 순간 전쟁이 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평일 낮 수원 도심 상공에 난데없이 전투기 굉음이 들리면서 시민들 사이에 소란이 벌어졌다. 공군 에어쇼 행사를 위한 사전 훈련으로 드러났지만, 반복되는 군 사고와 불안정한 남북관계에 시민들은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들을 놀라게 한 소음은 오는 17일 열리는 ‘Space Challenge 2025 in 수원’ 행사에서 선보일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훈련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시에 따르면 올해 행사를 위한 사전 훈련 첫날이었던 이날 연습은 오후 4시께 시작해 30분가량 이어졌다.

수원시와 군 당국이 홈페이지와 행정복지센터에 관련 일정을 공지했지만, 당일에 이뤄진 탓에 소식을 듣지 못한 일부 시민은 당혹감을 표했다. 지난 3월 포천에서 공군 전투기가 민가에 오폭 사고를 낸 데다 지난달에는 비행 훈련 중인 전투기에서 기관총과 실탄이 낙하했기 때문이다. 대북전단 살포와 대남방송 등으로 남북간 긴장이 높아진 상황도 한몫했다.

이날 지역 오픈 채팅방에서는 “수원에 전쟁이 났느냐”, “오늘 전투기가 너무 자주 뜬다” 등 정확한 상황을 묻는 이야기가 오갔다. 평소처럼 집을 나섰다가 큰 소리에 깜짝 놀라 집안으로 대피한 시민도 있었다.

시 관계자는 “군에서 연습 일정을 통보할 때마다 인터넷, 전화 등으로 시민들에게 공지한다”며 “정기적으로 하는 훈련이 아니다 보니 당일에 알려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날짜가 미리 정해진 행사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공지할 수 있지만, 비행 계획은 날씨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통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계획이 확정되는 대로 최대한 빠르게 지자체에 알리려고 한다”고 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