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수원의 한 메가박스에서 손님들이 극장 입장을 대기하고 있다.2025.5.9 /김지원기자 zone@kyeingin.com
지난 9일 수원의 한 메가박스에서 손님들이 극장 입장을 대기하고 있다.2025.5.9 /김지원기자 zone@kyeingin.com

극장업계 2·3위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합병을 추진하면서 경기도 내 중복 상권 지점들이 정리 수순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저물어가는 극장 산업 속에서 경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멀티플렉스 극장이 주변 상권의 유동 인구를 견인해온 만큼 지점 축소는 지역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중앙그룹과 롯데그룹은 영화 관련 계열사인 메가박스중앙(이하 메가박스)과 롯데컬처웍스(이하 롯데시네마)의 합병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 구체적인 합병안을 마련하고 극장 및 영화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성 확보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합병은 단순히 업계 2·3위의 몸집 키우기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 확산으로 오프라인 극장업계는 이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CGV는 국내 사업에서 76억 원, 메가박스는 134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시네마 역시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막대한 손실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시기에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은 사실상 축소를 위한 구조조정 성격의 합병으로 볼 수 있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극장업계가 독점적 영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이번 합병은 경영적 측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합병 이후에는 그동안 우후죽순 생겨난 지점들에 대한 통·폐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서수원 일대와 화성 동탄역, 광명역 등 도내 주요 상권에선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도보 5~10분 거리에 위치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러한 중복 상권 지점들은 통합 대상 물망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인근 상권에서는 극장 철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메가박스가 입점한 수원AK플라자 내에 한 카페 관계자는 “최근 AK플라자 옆에 롯데 타임빌라스가 생기고 손님이 줄었는데 주말 영화관 손님 마저 없으면 매상에 영향이 클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화성 메가박스 동탄역 인근 식당 상인도 “동탄역 인근에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있는데 둘 중 하나만 남는다면 롯데백화점 내에 있는 롯데시네마가 남을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아직은 합병을 위한 MOU만 맺은 단계이며 지점 통폐합 등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