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대 머물며 이직·창업 준비
독서토론 모임 가입해 또래와 교류
뛰어난 전망 바라보며 한 박자 쉼

책만 빌리던 남양주시 공공도서관이 이제는 하나의 문화공간 및 휴식처로 변모하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다산동 정약용도서관은 새로운 삶을 꿈꾸며 도전하는 중·장년층은 물론 노년층들의 문화공간으로 각광 받고 있다.
■도서관으로 몰리는 고령층
그동안 시험 준비생들로 가득했던 도서관 열람실 자리를 이제는 은퇴한 중·장년층이 채우고 있다. 일과를 잃은 대신,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은 도서관으로 몰려들고 있다. 정년퇴직 등으로 사회활동에서 은퇴한 50~60대의 도서관 ‘출근길’은 지금 남양주 사회가 맞이한 고령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청소년층의 인구 감소와 스터디카페 확산 등으로 10대 청소년의 이용이 줄어드는 대신 장·노년층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에 맞춰 도서관들은 과거 열람실 위주로 운영하던 공간을 다양한 콘텐츠를 담은 문화센터로 재단장해 장·노년층 이용자들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주거지가 밀집한 남양주시 다산동 정약용도서관은 고령층의 여가 생활을 담당하는 기반 시설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정약용도서관의 2025년 5월1일 기준 연령별 회원 수 비율은 10대 8.1%, 30대 17.7%, 40대 25.4%, 50대 18.8%, 60대 10%로다. 전체 회원 수 가운데 40대 이상 회원 수가 54.2%에 달하고 있다.
공공도서관이 일부 학생이나 취업준비 시민들이 아침부터 줄을 서서 하루 종일 좌석을 점유하던 곳에서 벗어나 다양한 목적을 가진, 다양한 연령 및 계층의 시민들이 언제나 자유롭고 편안하게 도서관을 이용하는, 명실상부한 문화와 공동체 기관으로 변모하고 있다.

■퇴근 후 도서관을 찾는 직장인들
최근 기업들의 구조조정 여파로 퇴직자들이 증가하면서 이직 및 창업 준비를 위해 퇴근 후 도서관이나 학원 등을 찾는 직장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40~50대의 직장인들은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5~1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자격증을 확보하기 위해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정약용도서관 전체 도서관 회원 중 44.2%가 40~50대이다. 지난 7일 오후 8시께 정약용도서관에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가량의 직장인 20여 명이 자격증 취득 공부를 하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만난 김인한(43)씨는 “최근 구조조정으로 각종 부서들이 정리되면서 40대 이후에는 제2의 인생을 대비하기 위해 자격증을 확보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투자상담사 공부를 하기 위해 퇴근 후 도서관을 찾는다는 최모(39)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는데 당시 금융기관에 취업이 안 돼 중소 제조업체에 취업하게 됐다”며 “경기침체로 회사가 어렵다는 얘기가 자주 들려 더 늦기 전에 전공을 살리기 위해 공부하러 다닌다”고 말했다.
■다양한 연령층 공존하는 공간 도서관
연휴 기간인 지난 4~6일 3일간 도서관에서는 60대 이상 중·장년층이 2~3명씩 옹기종기 모여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교사로 은퇴 후 남는 시간을 활용해 취미 활동을 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며, 또래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서 자주 도서관을 찾는다는 윤모(72)씨는 “독서토론 모임에 가입해 월 2회 토론회에 참석하다 보니 월 2권 이상의 책을 읽고 있다”며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문화 행사나 평생 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해 활기찬 노후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정약용도서관은 냉·난방 시설이 잘 돼 있어 이용자들은 여기처럼 좋은 곳이 없다고 말한다. 은퇴 후 일과를 잃은 대신,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고자 하는 노년층들이 도서관으로 몰려들고 있는 이유다. 도서관 이용자의 연령대가 높아진 주된 이유는 고령층이 도서관을 제외하고 딱히 머물 곳이 없다는 점이다. 도서관 관계자는 “은퇴자들은 노인 전용 경로당 대신 온 세대가 어울릴 수 있는 도서관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노인들에게 도서관은 남는 시간을 활용해 취미 활동을 하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며, 또래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정약용도서관이 인기 있는 이유
정약용도서관은 전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서관이다. 기존 도서관 개념을 탈피해 리빙룸 콘셉트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성됐다. 컨퍼런스룸, 세미나실, 대규모 공연장까지 갖춰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 가능하며 베이커리카페, 레스토랑, 편의점 등 편의시설이 입점해 있다.
1층에는 유아전용 공간과 어린이 열람실이 있으며 다양한 체험과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볼풀, 인터렉티브 월 등으로 구성돼 있다. 2~3층의 일반열람실은 편안하고 다양한 의자를 비치했고 다양한 크기의 세미나실을 설치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1층부터 3층까지 연결된 계단(커뮤니티 스텝)은 도서관에서 전망이 가장 뛰어난 곳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신문, 주제별 연속간행물을 비치해 훌륭한 휴식공간이 되어준다. 2층과 3층 종합자료실이 연결된 공간은 기증 자료와 시문학 자료로 조성된 특별 공간으로 원형 테이블과 독특한 소파를 배치해 자유로운 독서 및 토론이 가능한 곳으로 구성됐다.
도서관은 이제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다양한 문화체험 공간으로 확대돼 가족과의 나들이 장소나 주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해 ‘릴랙스’ 할 수 있는 휴식처로 각광 받는 곳이 됐다. 도서관은 책을 빌리고, 읽는 역할을 넘어 어린아이에서 노년층까지 다양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변신해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제공하고 있다.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