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오전 11시께 찾은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한 사거리. 평범한 주택과 상가들 사이에서 ‘허경영 하늘궁 영성센터’라고 쓰인 빨간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1층 출입문은 굳게 닫혔고 2층에 위치한 센터 역시 불이 꺼져 있었지만, 창문으로 보이는 내부엔 테이블 등 이곳이 실제 사용하는 공간임을 알리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인근 상인 A씨는 “사람들이 매일 드나드는 날도 있고 아예 찾지 않을 때도 있다”며 “누가 오가는 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운영하는 종교시설인 하늘궁 영성센터가 경기 지역 도심에 등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찾은 건물은 한 때 허 대표가 이끄는 국가혁명당 경기도당 사무실로 사용됐지만, 최근 영성센터로 탈바꿈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근처에서 포교나 홍보 활동이 벌어지진 않았으나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은 대형 간판을 올려다보거나 가리키며 불편을 호소했다.
연무동 주민 B씨는 “국가혁명당이라고 적힌 간판 내용이 어느 샌가 하늘궁 영성센터로 바뀌어 있더라”며 “논란이 많은 정치인이라는 뉴스를 자주 봐서 동네에 관련 시설이 들어선 모습을 보니 기분이 찝찝하다”고 말했다.
허 대표의 거주지이자 신도들의 성지로 소문난 하늘궁은 양주시 장흥면에 있지만, 영성센터는 수원·용인·김포 등 대도시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를 두고 영성센터를 통해 외곽에서 도심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리이단상담소 소장인 신현욱 목사는 “대도시 곳곳에 센터를 두는 것은 단순히 찾아오는 신도들을 관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포교를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허경영은 언론 노출이 많은 인물이라 거부감이 낮은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허 대표에게 직접 당 사무실의 영성센터 변경 등에 대해 묻자 “현재 누명을 쓴 채 경찰 조사를 받고 있어서 센터들이 문을 닫고 활동을 하지 않는다”며 “더 이상은 답변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전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