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 제이비바이오텍 중앙기술연구소가 주관한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국내 양돈산업의 성패가 걸린 집단면역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각계 축산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토론에서는 농가를 초토화하는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과 돼지유행성설사병(PED)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집단면역이 소개됐다.
제이비바이오텍은 세계 최초로 축산 관련 항원·항체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수의사 출신 박현식 대표의 오랜 집념으로 고초균을 활용한 돼지 사료 첨가제 형태의 면역체 개발에 성공하고 집단면역을 실증해냈다. 면역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는 네이처(Nature)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 이 회사의 기술력은 유전 정보만 알면 유전 정보와 관련된 면역체를 2~3개월 만에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돼지뿐 아니라 소와 닭, 꿀벌과 수산물 등 모든 동물 질병에 유효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고초균 포자에 특정 항원을 심는 기술과 이 항원을 극대화하는 고농축 배양 기술은 타의 추격을 불허한다.
30년간 지속한 백신이 고병원성 질병 앞에 무력해진 지금, 박 대표는 어렵게 개발한 면역체를 저렴하게 공급하기 시작했고, 별다른 유통망이 없음에도 효과를 본 농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연락이 빗발치고 있다. 가장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인 돼지고기를 지키기 위해 양돈 전문 수의사가 됐다는 박 대표를 벤처기업인들의 꿈이 집약된 가산디지털단지 내 제이비바이오텍 연구소에서 최근 만났다.
청국장균 활용한 사료 첨가 형태 ‘면역체 개발’ 진행
큰 돼지 333두 먹일 사료값 ‘3만원’… 두당 100원꼴
‘중요한 면역증강제’로 사이언티픽리포트에도 게재
- 제이비바이오텍은 어떤 회사인가.
“축산 분야의 많은 질병에 대응하는 면역체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기업이다. 양돈, 양계, 양봉과 관련, 가축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세균성 질병들을 컨트롤하고 예방하는 면역체를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항생제가 남용되면서 항생제 오염을 통해 인체 쪽, 교차 대상에 의한 항생제 치료에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됐는데 우리는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아직 개발되지 않은 백신을 대신해 질병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사료첨가제 형태의 면역체를 개발하는, 축산 업계의 유일한 바이오벤처 기업이라 할 수 있다.”
- PRRS와 PED 질병이 양돈농가에 굉장히 위협적이라고 들었다. 어느 정도 피해를 주나.
“일단 감염되면 돼지의 면역체계를 망가뜨려 복합 감염을 일으킨다. 그 감염된 세균성 바이러스 질병에 의해 폐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모돈의 경우 유산과 사산으로 생산성에 막대한 피해를 본다. 세계적으로 이런 질병으로 인한 연간 피해량이 약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모돈 마리당 15만원에서 30만원 정도 피해를 본다 하면, 국내 모돈 수를 100만마리만 잡아도 1천500억에서 3천억원의 피해를 추산할 수 있다. 모돈이 100일 넘게 임신을 했다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유산해버리면 생산자 농가 입장에서는 엄청난 피해다. 또 임신한 상태에서 유산하면 모돈 자체도 다치기 때문에 생산하는 기계가 멈춘다고 생각하면 된다. 어린 돼지가 감염되면 호흡기 질병과 복합 감염으로 폐사율이 50%에 육박해 농장의 존폐와 관련된 심각한 질병이다. 전 세계 돼지 가격을 폭등시킨 주범이기도 하다. 그래서 수많은 다국적 제약회사가 백신을 만들었지만, 한두 번은 예방해도 변이가 워낙 빨라 백신이 실질적인 예방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 사료첨가 형태 면역체를 개발한 과정을 소개해 달라.
“여기 오기 전까지 마스터 백신 개발에 관한 아이디어를 갖고 연구를 하고 있었다. 정부의 연구소 설립지원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룹 1·2·3·4·5 등 여러 그룹을 대표하는 바이러스를 선발하고 거기에 여러 가지를 혼합해 백신을 개발하는 ‘마스터 백신 개발’ 방안으로 응모, 모교인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에 연구소를 설립했었다. 그때의 기회를 통해 이걸 주사제로 개발하기보다는 손쉽게 사료첨가제 형태로 개발해 보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렇다면 무엇을 통해 사료에 첨가할 것인지 고민한 끝에 우리가 먹는 유익한 균, 고초균이라는 청국장 균을 생각하게 된 거다. 청국장균은 평상시 영양세포 안에 있다가 약간의 온도 스트레스를 가하면 포자라는 갑옷을 입는다. 갑옷처럼 단단해지는 외막을 형성하는 그런 기전이 있는데 외막을 형성할 때, 즉 포자가 될 때 유전 정보를 바깥에 내뿜는 매커니즘이 있다. 당시 유용했던 ‘유전자 가위’ 기술로 특정 항원을 특정 부위에 수술해서 심은 거다. 이후 온도 스트레스를 줬을 때 외막에 내가 심었던 항원이 발현되는 걸 봤다. 외막이라는 그 세포벽에 토지를 나누듯이 12개 구역을 정해서 어느 부위에 가장 잘 발현되는지를 조사해 가장 잘 발현되는 특정 부위에 특허를 신청했다. 그걸 발현해 실험쥐에 적용했더니 항체가 형성되는 게 확인됐다. 이를 고도화하고 상업화하는 과정이 좀 길었다.”

수산물 유전 정보 알면 2~3개월내 면역체 생산 특허
생균제 고농축 배양하는 유일 기업… 상업화로 연결
돼지농장 운영… 7년간 R&D비용 100억 가까이 투입
- 어느 정도 양으로 몇 마리에 적용할 수 있나.
“(1㎏ 포장을 보여주며)큰 돼지 333마리를 사료에 첨가해 먹일 수 있다. 주사제 백신 가격은 마리당 1천800원인데 이건 3만원이다. 333마리면 마리당 100원꼴인 것이다. 가격 차이도 그렇지만, 주사제가 비타민 같은 기능이라면 우리 제품은 근본 예방책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문제가 되는 리니지1, 코리안리니지 타입, 유럽형 PRRS 등 세 가지를 섞은 항원을 탑재해 사용했을 때 돼지 폐와 간의 혈액에서 뚜렷이 항체 값을 확인했고, 중요한 면역 증강제라는 걸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리포트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실었다. 논문을 제출하고 심사과정이 거의 8개월은 걸렸는데 매일 기도하면서 지냈다.”
- 수산물까지도 유전 정보만 알면 두 달 안에 면역체를 만들 수 있다던데.
“새우 췌장바이러스에 의한 새우 급사병과 백전병이 있다. 이런 질병이 발생하면 새우 양식장을 초토화한다. 하지만 새우는 주사제를 놓을 수 없기 때문에 백전병에 대한 바이러스 항원을 우리가 다 합성해서 포자화하는 개발이 다 마무리됐다. 그걸 새우 사료 안에 넣어서 효능을 확인하는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유전 정보만 알면 유전 정보와 관련된 면역체를 2~3개월 만에 만들어 공급할 수 있는 플랫폼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 제이비바이오텍만 가능한 기술이라는 건가.
“그렇다. 포자를 항원에서 발현한다 할지라도 생균제를 고농축하고 배양해 항원을 극대화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우리는 10의 13승 수준으로 고농축 배양하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장담한다. 똑같은 포자 항원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배양한다는 의미다. 포자 항원에 대한 기술뿐 아니라 바로 이 고농축 배양 기술을 함께 갖고 있어야 상업화를 할 수 있다. 일반적인 회사는 10의 10승 수준이다. 국내 생균제 생산 업체와 농축능력 차이가 10만배 정도라고 보면 된다.”
- 지금까지 연구를 하는 데 쏟아부은 노력이 궁금하다.
“연구를 본격적으로 한지는 7년 됐다. 연구개발 비용으로 100억원 가까이 들어간 것으로 계산된다. 내가 현재 연천에서 돼지농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년 돼지에서 얻은 7억원 안팎을 8년 동안 부었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사재만 56억원을 쓴 셈이다. 친구들과 지인들의 투자를 합치면 100억원에 육박한다. 나는 이 회사가 아주 진국 같은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연혁을 유지했는데 회사 설립 8년이 경과했다고 국가에서 정책지원을 하나도 안 해주더라. 연구가 시작된 후 국가 지원 없이 스스로 돼지 팔아 여기까지 오다 보니 많이 힘들었다.”

- 양돈 전문 수의사로 일하던 당시 외국산 백신을 놨는데 진전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직접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들었다.
“PRRS가 발생하면 이 질병을 컨트롤하기 위해 백신정책을 할지 말지는 국가가 판단한다. 예를 들어 칠레는 백신을 통해서는 PRRS를 잡을 수 없다 해서 국가적 차원의 차단방역을 추진하고 백신정책은 포기했다. 백신을 놓게 되면 변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백신정책을 통해 문제를 조기에 차단하는 방향으로 갔다. 백신에 대한 문제는 분명히 있지만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크다는 정책적 판단을 했기 때문에 어디가 옳다고 내가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견으로는, 정책적 판단이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던 것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30년을 사용해 왔는데 백신이 효과적이었다는 농장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미나 같은 자리에서 ‘30년 전에 좋다는 그 백신이 아직도 좋냐’고 누군가 물을 때 전문가들이 그걸 장담하기 어렵다고 본다. 또 백신은 특정 바이러스에 맞춰 개발되는데 그 바이러스라 하면 효과가 있겠지만 99%가 다른 바이러스이지 않나. 지난 3월 국회 토론회 당시 정부 관계자도 제3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얘기했고, 학계에서도 제3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공감하고 있다. 현재 터지고 있는 고병원성은 20년 전 개발된 백신과는 완전히 다른 바이러스인데 조달을 통해 1% 확률을 위한 백신을 공급하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양돈전문 수의사서 외국산 백신 진전없어 직접 참여
청소년 평균키 성장 촉발 비결 중 하나가 ‘돼지고기’
식량안보·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지켜야 할 사업
- 반려동물 쪽이 수익이 더 클 텐데 왜 양돈 전문 수의사를 택한 건가.
“나는 국가에 충성하는 애국자로 살고 싶고 우리 축산업이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염원이 있다. 특히 우리 청소년들의 평균 키가 많이 커졌는데 이렇게 키 성장을 촉발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가 가장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인 돼지고기였다. 국내 돼지고기 소비량이 20여년 전만 해도 1인당 연간 10㎏도 못 먹다가 지금은 24㎏ 정도 된다. 돼지를 포함한 전체 고기 소비량은 48㎏인데, 아직도 유럽의 70~80㎏에 비하면 적다. 돼지고기는 우리 식량안보의 문제이자 우리 국민의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지켜내야 할 사업 중 하나다. 그걸 사명으로 여기고 양돈 전문 수의사로 살아왔다.”

- 제이비바이오텍 대표로서 꿈이 뭔가.
“이미 선점한 다국적기업과 유통 조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래도 입소문으로 많은 농가에서 찾고 있다. 축산 관련 다양한 질병에 대한 항원을 생산하는 업체는 전 세계에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사람에 대한 항원·항체 개발사이지 않나. 제이비바이오텍이 그런 회사다. 백신 없는 불치병으로 시름이 깊은 축산농가를 살려낸다는 자부심으로 생산량으로, 수출량으로, 판매량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올라서는 게 꿈이다.”

/정의종·하지은·김우성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