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체 “中 원자재 조달 다행”

인천항 중간재 물동량 증가 엿봐

 

“車·반도체 등 제외… 지켜봐야”

전문가들, 유예기간 대비책 절실

미·중 양국이 서로에게 부과했던 세자릿수 관세를 90일간 대폭 완화하기로 합의하면서 인천·경기지역 산업계도 한숨 돌리게 됐다.

양국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제네바 경제 무역 회담 연합 성명’을 통해 미국은 중국에 부과한 145% 추가 관세를 30%로, 중국은 미국에 보복관세로 매긴 125% 관세를 10%로 내리기로 발표했다.

올해 2월 이후 계속된 미·중 ‘관세전쟁’이 사실상 ‘휴전’에 들어가면서 피해가 예상됐던 관련 업계는 일단 코 앞에 닥쳤던 위기는 벗어났다는 안도감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도의 한 전자 부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수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치구도가 완화된 것은 긍정적”이라며 “당분간은 중국에서 원자재를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부진을 겪고 있는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의 물동량도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1~4월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111만2천926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인천공항 항공 화물 물동량도 작년보다 소폭 감소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인천항은 대(對) 중국 교역량이 60%에 달하기 때문에 이번 합의로 당장의 위기는 모면하게 됐다”며 “관세 조치 완화로 중국 내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 인천항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중간재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동차·반도체·철강·의약품 등 인천지역 주요 수출품은 이번 완화 조치 대상에서 제외돼 우리 정부가 진행 중인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제대로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무역협회 인천지역본부 관계자는 “앞서 미국과 협상을 진행한 영국은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조정하기로 했다”며 “우리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품목 관세가 낮아질 수 있도록 합의해야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따라 경제 변동성이 커지게 되는 만큼, 정부가 유예 기간 중 확실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원장은 “이번 합의로 정체됐던 중국 관련 물동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추후 양국의 협상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다시 감소할 수 있다”며 “예전과 비교하면 변동성 폭이 너무 커져 잘못 대응하면 기업들이 큰 위기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주엽·김지원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