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명 정서 남았지만… ‘경제·물가 안정’ 앞에 정당 없었다

강화·옹진 제외 보수세 강한 지역

현대제철 셧다운 여파… 불안 여전

“누가 되든 먹고 살만하길” 희망도

李 박한 평가 불구, 金 지지 ‘글쎄’

“잘살게 해주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먹고살게라도 만들어 줬으면 좋겠네요.”

제21대 대통령선거를 맞는 인천 동구 유권자들은 ‘민생 회복’과 ‘경제 활력’을 기대하는 민심을 보였다. 한때 인천지역 제조업 메카로 불린 동구는 산업구조 변화, 인구 유출로 낙후된 구도심에 머물러 있다. 이 지역 최대 기업 현대제철 인천공장이 지난달 사상 첫 셧다운을 감행했다. 공장은 곧 재가동됐지만 불안의 여파는 아직 남아 있는 듯했다. → 그래프 참조

■ ‘경제·민생 해결 인물 필요하다’는 동구 민심

13일 오전 11시께 찾은 인천 동구 송현동 인천산업용품유통센터 거리는 인적이 드물었다. 이곳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이들은 건설경기 침체 국면이 깊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건설안전 용품을 판매하는 정철우(52)씨는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그는 “뉴스를 보면 경제를 살리겠다고 이것저것 발표는 하던데 달라진 게 없다”며 “나라가 잘되도록 정책을 펼치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데 누가 괜찮을지 아직 모르겠다”고 말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은 아직 셧다운 이전의 분위기를 되찾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제철 협력사 소속 직원 이모(38)씨는 “경기가 계속 안 좋으면 협력업체 일감도 줄어드니 일자리 걱정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미국이든 중국이든 철강을 많이 수입하는 나라들인데,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새 정부가 외교를 잘 풀어서 공장이 잘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전통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물가상승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현대시장에서 30년 넘게 장사했다는 황성자(73·여)씨가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건 ‘물가 안정’이었다. 황씨는 “장을 보러 오는 손님마다 비싸다고 하는데 장사하는 사람도 쥐꼬리만큼은 남는 게 있어야하지 않나”라며 “(차기 대통령이) 먹고살 만한 수준으로 나라를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21대 대선이 3주 앞으로 다가온 13일 인천 동구 산업용품유통센터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구 유권자들은 차기 대통령이 경기 침체 해소와 민생 안정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냈다. 2025.5.13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21대 대선이 3주 앞으로 다가온 13일 인천 동구 산업용품유통센터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구 유권자들은 차기 대통령이 경기 침체 해소와 민생 안정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냈다. 2025.5.13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 보수세 강한 동구, 국민의힘 지지는 ‘글쎄…’

인천 동구는 섬지역 강화·옹진을 제외한 8개 구 가운데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해 박한 평가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송현동 주민 차선옥(69)씨는 “이재명 지지율이 높긴 한데 사법 문제가 크다고들 하니 대통령 당선돼도 나라가 시끄러울 것 같다”며 “사리사욕 말고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용품유통센터 인근 기업체에서 근무하는 윤모(45)씨는 “그동안 민주당이 반기업 정서가 강한 정책을 많이 썼는데,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더 강하게 규제할까 걱정”이라며 “대기업들이야 규제를 피해 밖(해외)으로 나가면 그만이지만, 지역 중소기업들은 휘청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지만,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국민의힘 후보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는 듯했다. 현대시장에서 만난 주민 장석현(53)씨는 “김문수가 도덕적 흠결이 딱히 없어 보이긴 하는데, 안팎으로 시끌시끌한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나라를 이끌지는 잘 모르겠다”며 유보하겠단 뜻을 밝혔다.

■ ‘험지’에서 고전하는 민주당, ‘긍정 여론’ 확산 기대하는 국민의힘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동구지역 유세 활동을 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선거운동원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반감 여론을 인지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지역 민심이 예상했던 것보다 우호적이라고 전했다.

동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허종식(동구미추홀구갑) 의원실 관계자는 “유세 첫날 지역을 돌아본 결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이재명 후보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친 유권자들이 적잖이 보였다”면서도 “지난해 총선 결과와 별개로 동구가 (민주당에) 험지인 만큼 더욱 열심히 선거운동을 펼치면서 민심을 경청하겠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동구미추홀구갑 심재돈 당협위원장은 “단일화 과정에서 갈등을 겪은 만큼 우려가 컸는데 막상 현장을 다녀보니 격려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김문수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지역 여론을 확인한 만큼, 선거 막바지로 가면 현재 여론조사상 나타나는 지지율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거라 보고 있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