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도시 인문학 강좌

‘대통령 노무현을 말하다’ 주제 강연

대선 전망 ‘민주당 55%, 국힘 25~35% 예상’

유시민 작가가 13일 인천 중구 복합문화공간 ‘개항도시’에서 ‘대통령 노무현을 말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5.5.13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유시민 작가가 13일 인천 중구 복합문화공간 ‘개항도시’에서 ‘대통령 노무현을 말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5.5.13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면 ‘어긋남’(미스 매치)이라는 표현이 생각난다. 노무현이 없는 노무현의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의 저자 유시민 작가(전 노무현재단 이사장)는 현재의 시대 상황을 위와 같이 정의했다. 유 작가는 13일 인천 중구 복합문화공간 ‘개항도시’가 ‘대통령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마련한 인문학 강좌 강연자로 나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에피소드와 본인의 생각을 말했다.

유 작가는 ‘어긋남’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재임 중에는 지지율이 아주 낮았는데, 퇴임 이후 인기가 올라가다가 지금은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이 됐다”며 “이 어긋남이 끝나야 노 전 대통령이 역사 속의 인물로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유 작가가 말한 어긋남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추진했던 다양한 정책이 주목받지 못하거나 거센 반대에 부딪히다가 지금에 와서 빛을 발하는 상황을 압축한 표현이다. 유 작가는 참여정부의 여러 정책을 언급하며 대통령 노무현과 국민들이 어긋났던 지점을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다. 유 작가는 “노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지 22년이 지났지만 검찰·언론개혁은 지금까지는 그대로였다”며 “아마 검찰개혁은 올해가 가기 전에 (실현)될 것 같고, 언론개혁은 유튜브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정치인이 직접 대중과 소통하는 시대가 열리며 절반 정도 해소됐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에 제안한 ‘대연정’도 어긋남의 사례에 해당한다. 보궐선거로 여당 과반 의석이 무너지자, 입법을 추진하기 위해 한나라당에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을 추진하는 개헌을 조건으로 내놓았던 구상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물론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대통령이 우리를 배신했다’며 크게 반발하며 없던 일이 됐다.

유 작가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이후 개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정치인의 인기가 올라갔는데, 참여정부가 제안한 내용은 비판만 받고 대통령 지지율이 더 하락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재임하면서 일 욕심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는데, 정책 대부분이 시작만 하고 매듭을 짓지 못했다”며 “지금에 와서 참여정부가 제시한 정책과 철학이 국민들에게 와 닿으면서 이 어긋남이 교정되는 현상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유 작가는 어긋남이 교정되는 현상을 ‘전직 대통령 호감도 조사’를 인용해 설명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31%로 가장 높았다. 유 작가는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사람에 대한 연민의 정 때문에 호감도가 올라갔다는 해석도 있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랬다면 돌아가신 직후에 확 올랐다가 계속 하락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지지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했다”며 “재임 당시에 ‘왜 저런 정책을 하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고 하나씩 체감하면서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3일 인천 중구 복합문화공간 ‘개항도시’에서 ‘대통령 노무현을 말하다’를 유시민 작가의 강연이 열렸다. 2025.5.13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13일 인천 중구 복합문화공간 ‘개항도시’에서 ‘대통령 노무현을 말하다’를 유시민 작가의 강연이 열렸다. 2025.5.13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유 작가는 전직 대통령들의 호감도 조사를 언급하면서 이번 대선에 대한 전망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은 최소 55% 이상의 득표율을 올릴 것이고, 국민의힘은 25~35%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예측한 득표율은 두 정당이 배출한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율과 연관이 있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과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15%), 문재인 전 대통령(9%)의 지지율을 합치면 55%다.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 중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24%의 지지율을 올렸고 나머지 대통령의 지지율을 합치면 10% 안팎이다.

유 작가는 “전직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건 응답자 자신의 정체성과 연관이 있다”며 “자신이 선호하는 대통령에 대한 자신의 판단과 감정이 담겨 있고, 이것이 투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 작가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우리 사회 여러 문제에 대해 재임 중 화두를 던졌고, 지금도 경청할 가치가 있는 생각을 많이 남겼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은 노무현이 없는 노무현의 시대가 계속되고 있는데, 어긋났던 것들이 모두 맞춰지면 그때 비로소 노 전 대통령을 역사 속의 인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유 작가는 또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이재명 후보에 대해 조언도 남겼다. 그는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젊은 사람들을 공직에 많이 기용했으면 좋겠다”며 “40대에도 요직을 맡아 공직 경험을 쌓으면 다음, 그 다음 세대도 그만큼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