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수심 가득한 현장
현장체험 사고나면 책임 묻고
여교사들은 폭력 피해 늘어나
문제 생길라 수동적으로 변해
학생 선망하던 직업 위상 추락
교대 정시 미등록 사태도 발생

“존중이 아니라 보호를 원합니다. 이게 교사의 현실입니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경기지역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A씨는 한탄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25년 이상 교편을 쥔 그는 교권 추락의 현실을 교육현장 일선에서 생생히 목격한 사람이다.
본연의 업무인 교육보다 행정 업무에 시달리는 건 과거부터 현재까지 변하지 않은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현장체험학습 부담에 교대 추락까지 이중삼중으로 의욕을 떨어뜨리는 일들이 많다.
현장체험학습에서 벌어진 학생 사고까지 교사에 책임을 묻고, 그 여파로 업무가 과중되면서 멀리 떠나는 현장학습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또 일부 교대의 경우 수시 일반전형에서 학교 내신 6등급대까지 합격선이 내려가며 학생이 선망하는 직업이었던 교사의 위상도 떨어졌다.
실제 수도권 교대를 비롯한 전국 8개 교대에선 올해 정시 합격자가 등록을 하지 않는 미등록 사태도 일어났다. 이들 교대에서 모두 190명이 미등록했는데, 2024학년 입학생 중엔 233명이나 미등록했었다.
내외부에서 닥친 어려움 때문에 학교에 가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은 건 비단 A씨의 사례만은 아니다. 이는 경인지역 교사 노동조합에서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경기교사노동조합이 제44회 스승의 날을 맞아 발표한 교사들의 교직 및 교육현장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수업 연구보다 각종 행정업무를 우선적으로 처리한 경험에 대해 응답자의 90.8%가 그렇다(매우 그렇다 61.1%, 그렇다 29.7%)라고 답했다.
또 교권 관련 문항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6.3%가 최근 1년간 학생에게 교권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A씨는 “교권침해가 심해지고 여교사에 대한 물리적 폭력도 늘어나고 있다”며 “(혹여나 문제가 생길까 봐) 선생님들은 수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자 인천 지역 교사들은 교직 생활을 그만두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인천교사노동조합이 스승의 날을 맞아 지난 10~12일 인천 지역 교사 7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최근 3년간 명예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매우 그렇다’(32%·233명)와 ‘그렇다’(31%·230명)라고 한 응답자가 전체의 63%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하루빨리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가 주인이 되는 교육 의사결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교사들에게 자율성과 권한을 더 줘서 교사들이 교육에 있어서 ‘전문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어려운 여건에 있는 교사들이 교육 본연의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보다 교사, 학생, 학부모 간 신뢰 관계가 형성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운·김형욱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