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정당과 후보들이 주말을 맞아 전국 유세 현장을 ‘무대’ 삼아 다양한 퍼포먼스로 유권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정책과 메시지뿐 아니라,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방식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거리 곳곳이 춤과 음악, 퍼포먼스로 들썩이는 가운데, 이번 주말은 정치보다 ‘공연’이 더 화제가 될 정도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유세가 열리는 곳마다 등장해 ‘사죄의 큰절’ 퍼포먼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조기 대선을 유발한 정치권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무대 위에서 직접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리는 장면은, 단상보다 더 낮은 자세로 유권자 앞에 서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24일에도 그는 경북 영주와 안동, 상주, 구미 등지를 돌며 시민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영주에서 김 후보는 영주 인근 도시 영양과 작고한 선친의 연을 소개하고는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다짐으로 큰절을 올릴 테니 받아 달라”면서 동행한 의원들과 함께 바닥에 고개를 파묻었다.

김 후보는 안동 유세에서는 시민이 제공한 양반 한복을 입고 큰절을 올렸고, 어린 아이를 보듬고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보다 먼저 현장에 와있던 안철수 의원은 “영주 순흥면이 내 뿌리”라며 “순흥 안가 감찰공파 26세손이 여기 어르신들께 큰절부터 올리겠다”고 해 환호를 이끌었다.
김 후보는 큰절 퍼포먼스 외에도 군중 속에 어린아이가 보이면 꼭 한 번씩 품에 안아 올리고, 무대에 올라서도 꽃다발을 선물하는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유세단 한 관계자는 “김문수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올리거나 다니는 곳마다 아이를 품에 안는 건 계획된 연출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나오는 행동”이라고 했다.
현장에 많이 애용되는 개사곡은 영탁의 히트곡 “찐이야”를 개사해 “진짜가 나타났다 김문수!”를 목아 터져라 열창하며 군중을 파고 들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직접적인 후보 퍼포먼스보다는 분위기 띄우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후보는 경호상의 이유로 무대 퍼포먼스를 자제하고 있지만, 유세 전후로 펼쳐지는 ‘대선 개사곡 댄스’가 눈길을 끈다.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당원들과 지지자, 율동팀이 함께 부르는 개사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은 마치 축제 현장을 방불케 한다.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시흥시 배곧 아브뉴프랑센트럴 광장에서 시작된 유세는 ‘샤우팅코리아’ 유세단의 댄스 공연으로 현장에 모인 참가자들의 시선을 잡았다. 이 자리에는 부산출신, 프로야구 창단 멤버인 김용철 전 롯데자이언츠 감독이 참여해 이재명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재명! 믿어요~ 다시 희망이 와요~” 같은 가사에 맞춰 팔을 흔들고 박수를 유도하는 율동은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흥겨움을 유도하며 자연스럽게 연단 앞으로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있다.

이 후보는 하트 모양을 하거나, 엄치척을 하며 청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지나가던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 잡지만, 주로 당원들과 선거 종사자들이 분위기를 잡는 게 특징이다.
이 외에도 소규모 지역 유세 현장에서는 각 당 선대위 청년단, 자원봉사자들이 ‘댄스 배틀’ 형식으로 관중을 끌어모으거나, 캐릭터 인형탈을 활용한 퍼포먼스 등도 펼쳐지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리어카 유세전도 이색적이다.
MZ세대를 겨냥한 행보를 통해 거대 양당과 차별화하려는 전략으로 청년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거리 등에서 리어카를 끌며 지지를 호소했다.
골목길 구석구석을 누비며, 리어카에 올라서서 마이크를 들고 대중연설을 하곤 한다.

그는 “눈높이를 유권자에게 맞추겠다는 생각”이라며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이곳에 올라와 이야기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휴대용 확성장치를 부착한 리어카를 유세차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이 후보가 직접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종·하지은·김우성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