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도 이장(移葬)에 따라 이사를 한다. 그런 이장을 면례(緬禮) 또
는 면봉(緬奉)이라 높여 부른다. 한데 가장 영예스런 이장은 역시 프랑스
의 위인 묘지 팡테옹(Pantheon)사원일 것이다. 루소, 볼테르, 에밀 졸라,
빅토르 위고 등이 묻혀 있는 그곳이 바로 3색기(국기), 라 마르세예즈(국
가)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3가지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 팡테옹 신전
에 프랑스 '인권의 아버지' 르네 카생이 몽파르나스 공동묘지로부터 11년만
에 이장된 것은 87년이었다. 두 차례나 노벨상을 받은 퀴리 부인이 여성으
로서는 처음으로 장장 61년만에 그곳에 이장된 것은 95년이었고 앙드레 말
로가 20년만에 그곳에 이장, 명부(冥府) 주민등록을 옮긴 것은 96년이었
다. 팡테옹에서 쫓겨나는 고인도 있다. 추한 야누스의 뒤쪽 얼굴이 뒤늦게
드러나는 경우다. 미라보 백작이나 혁명가 장 폴 마라 등이다.
 팡테옹뿐이 아니다. 뉴욕 공동묘지로부터 43년만에 조국의 품에 이장된
주인공은 헝가리의 음악 영웅 바르토크였고 51년만에 조국의 흙으로 돌아
간 고인은 '20세기의 쇼팽'으로 불리는 폴란드의 피아니스트이자 초대 총리
인 파데레프스키였다. 또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도 공동묘지로부
터 28년만에 황릉에 이장됐고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유
해가 다 빈치, 미켈란젤로, 단테 등이 묻혀 있는 피렌체의 산타크로체 성
당 묘지로 이장된 것도 오랜 세월 뒤였다. 퇴출당한 혼백도 있다. 91년 '유
고의 국부' 티토 대통령의 유해가 그의 기념관으로부터 일반 묘지로 이장당
한 경우 등이다. 박은식(朴殷植) 신규식(申圭植) 등 독립운동가 유해도 광
복 48년만에 고국의 품에 안장됐고 다산 정약용의 부모 등 초창기 천주교
수난자들도 200년만에 천진암에 이장됐다.
 그런데 후손의 발복(發福)을 위한 이장은 어떤가. 이번 대선 후보를 위
해 작년에 이장했다는 모 정당 총재 부모 묘소나 최근 남몰래 이장을 마쳤
다는 대선 경선 후보 아무개의 부모 무덤 말이다. '용이 꼬리를 서린 형
체'의 명당으로 이사갔다는 혼백은 당연히 기뻐했을까 어땠을까. <吳東煥>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