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공이나 축구화가 발전을 거듭한 것이 과학의 도입으로 가능했다면 축구 경기에서 벌어지는 진기한 광경은 과학의 힘을 빌려야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 1997년 6월 브라질과 프랑스의 프레월드컵 개막전에서 브라질의 호베르투 카를루스(레알 마드리드)가 환상적인 프리킥을 선보였다. 골대에서 30 떨어진 곳에서 찬 카를루스의 프리킥은 벽을 치고 있는 프랑스 선수들을 피해 골문 바깥으로 나가는 듯하다가 갑자기 방향이 꺾여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일명 UFO슛.
도대체 어떻게 이러한 환상적인 프리킥이 가능한 걸까. 이런 프리킥은 과학을 통해서야 비로소 해석이 가능해진다. 먼저 공의 회전. 공이 회전하게 되면 공을 중심으로 2가지의 공기 흐름이 생긴다. 회전하는 방향의 공기는 빨라지고 다른 쪽은 조금 느린 공기의 흐름이 형성된다. 이때 축구공은 똑바로 날아가지 못하고 압력이 낮은 쪽으로 커브를 틀게 된다. 즉 축구공의 오른쪽 밑을 차면 공은 왼쪽으로 회전하면서 커브를 그리게 되고 반대로 축구공의 왼쪽 밑을 슈팅하면 공은 오른쪽으로 회전하면서 오른쪽으로 휘어져 간다는 논리다.
축구 경기장에도 과학은 숨어있다. 바로 그라운드에 나타난 잔디 모양이다. 실제로 경기장 위에서 보면 잔디 모양이 바둑판처럼 배열된 듯 보이는데 이는 부심들의 오프사이드 선언을 쉽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잔디 모양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잔디 모양은 잔디의 크기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 잔디를 깎는 방향에 따라 색깔이 다르게 나타난다. 즉 5간격으로 잔디를 왼쪽, 오른쪽으로 번갈아가면서 깎게 되면 5 간격으로 서로 다른 모양이 나타나게 된다.
축구공도 과학의 결정체다. 과거 축구공은 돼지 오줌보에 공기를 주입하거나 소가죽을 둥글게 붙여 만들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합성 피혁에 공기를 주입해 탄성을 높이고 방수는 물론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축구공이 개발되고 있다. 또 초창기에는 흑과 백의 오각형과 육각형으로 축구공을 만들었지만 현대에는 형광색, 주황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깔의 축구공이 등장하고 있다. 축구공은 오각형 12개와 육각형 20개를 실로 조합, 공의 탄성과 찼을 때 찌그러짐을 방지한다. 축구공의 무게는 420~445(국제축구연맹 규정)이며 오·육각형을 조합하는데 들어가는 실의 길이는 약 15, 1천620바늘을 꿰매 볼을 만든다. 숙련자의 경우 하루 5개 정도의 축구공을 만들어 낸다.
아디다스는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피버노바 축구공을, 2006년 독일월드컵축구대회 때에는 팀가이스트 축구공을 내놓았다. 팀가이스트는 아디다스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공으로 국제 경기 최초로 오·육각형 모양이 아닌 타원형 모양을 서로 이었고 실을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접착한 게 특징이다.
그동안 아디다스나 나이키는 축구공을 실로 꿰맸다. 접착한 공은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들이 슛을 날렸을 때 공의 찌그러짐 현상이 발생하지만 실로 꿰맨 공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팀가이스트는 왜 접착해서 만들었을까.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과거에는 축구 경기에서 한 개의 공을 사용했지만 현대 축구에선 10여개의 축구공을 곳곳에 분배했다는 점이다. 즉 한 경기에 여러개의 축구공이 사용되다 보니 접착한 축구공을 사용해도 찌그러짐 현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꿰매는 공은 수작업이 필요하지만 접착공은 기계로 대량 생산을 할 수 있어 적은 시간에 많은 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팀가이스트는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을까. 팀가이스트는 아디다스에서 설계를, 일본에서 접착제를, 한국에서 합성 피혁을, 태국 아디다스 현지 공장에서 생산을 각각 맡았다.
특히 축구공의 재질 중 가장 중요한 합성 피혁을 우리나라 업체가 만들었다는 점은 놀랍다. 합성 피혁 전문기업인 덕성피혁은 세계에서 생산되는 축구공 피혁 대부분을 제공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는 기업이다.
30여년간 축구공을 만들어 온 (주)낫소 연구개발팀의 박명환 과장은 "더 좋은 축구공을 만들기 위해 업체들의 정보전 싸움이 치열하다"면서 "한국에서 생산되는 축구공은 아디다스, 나이키 등 세계 유수 업체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그는 "축구공 하나가 지구촌을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고 있다"며 "한국 축구공이 월드컵에서 사용되는 그날까지 축구공 제작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