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인호 (논설위원)
대통령 투표일까지 꼭 일주일 남았다. 그간의 대선은 여·야간의 BBK 진실공방으로 인한 정국의 혼탁함은 그 어느 대선보다 심했다고 해야 옳다. 후보들의 정책이라든지 아니면 자질·비전 등에 대한 검증 절차는 뒷전으로 밀린 채 온통 이분법적인 진실공방만이 있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에 대선후보들간의 짝짓기·합종연횡 등 세불리기와 같은 정치공학적인 역학구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유권자들을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고있는 실상이다. 현대 선거의 백미인 정책선거는 사실상 실종된 셈이다.

어찌보면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유권자들에게는 불행한 사태임에 틀림없지만 우리 유권자들의 바람은 단순하다. 한마디로 우리의 미래를 이끌 확실한 리더십과 비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을 요구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는 그런 것이 없다. 물론 후보들이 주장하는 정책은 분명히 있고 비전도 제시하고 있으나 얼마나 많은 우리 유권자들이 이를 숙지하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그만큼 선거외적인 요인들이 이번 대선을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유권자들의 희망이 산산이 부숴진 대선판이 된 꼴이다.

이런 면에서 원칙은 사라지고 꼼수만이 난무한 선거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BBK사건의 공방만 봐도 그렇다. BBK주가조작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5천여명에 이르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구제는 어떤 대선 후보들도 거론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그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시위에 나서겠는가. 누군가는 꼭 해결해야할 문제이지만 후보들은 외면하고 있다. 일부 후보들은 이런 것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니 그저 기가막힐 따름이다.

검찰이 밝힌 BBK의 김경준 사건은 명확해졌다. 그는 사기꾼에 지나지 않는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는 피해자들의 돈을 챙겨 4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외국으로 빼돌린 것은 명확하다. 이런 사실은 감춰진 채 오직 누가 관련돼 있다는 등 아니면 검찰의 수사가 잘못됐다는 등 온갖 억측과 비방, 이전투구만이 있을 뿐이며 '…했다'는 설만 난무하고 있다. 네거티브 선거운동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동안 양심의 소리를 담아 전달하던 그 많던 세력들도 실종상태이다.

더욱 문제는 유권자들을 현혹시키는 사탕발림 대선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현가능성이 다소 희박한 무책임한 공약들을 남발하는 막판 포퓰리즘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어서 그렇다. 농가부채 탕감이라든지 그렇지 않으면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80조원의 공적자금을 조성한다는 등의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말이다. 무릇 후보들이란 '표심'을 붙들려고 물불을 가리지 않게 마련이며 이런 현상은 선거일이 가까울수록 더 심해질 우려가 크다.

이래도 되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각 후보들이 발표한 공약을 모두 실천하려면 전체 국가 예산을 모두 쏟아부어도 어불성설이다.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그냥 인기주의에 영합하고 있어 대선이 끝난뒤에도 그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을 모두 붕 뜨게 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 장애물은 없는 것 같다. 이 나라가 지금 어디로 가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거두절미하고 이제는 유권자들의 판단과 결정만 남았다. 앞으로 5년은 우리가 글로벌 세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를 좌우할 결정적인 시기여서 유권자들의 한표한표는 의미심장한 가치를 지닌다. 바꿔말하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느냐 아니면 어정쩡한 주변국가로 밀려날 것인가에 해답을 우리 유권자들이 갖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투표일까지 유권자들은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리고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누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고 우리 한국호를 이끌어갈 리더십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 골라봐야 한다. 그런 이유에서 지금이 바로 후회없는 선택과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