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우리는 수많은 크고 작은 참사를 겪어왔다. 수백명이 한꺼번에 숨진 대형사고가 줄줄이 이어져 온 탓인지 한때는 사고 공화국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쓴 적도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삼풍백화점 사고나 성수대교 붕괴, 그리고 대구지하철 화재사고와 같은 악몽은 늘 우리를 불안케 하기에 충분했다. 화마에 어린이들의 사체가 뒤범벅이 된 씨랜드사건, 인천 용현동 호프집 참사 등 2000년대 들어서만도 이런 사고로 숨진 이들이 얼만지 모를 지경이다. 그저 더이상 이런 대형 참사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대형 참사사고에 대해 사회의 반응조차 무덤덤해지는 것 같다. 몇명 숨지면 뉴스조차 안된다. 10여명 이상 숨져야 그나마 뉴스로서의 가치가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유가족에 대한 보상도 흡족치 않다. 사고에 대한 안전망조차 미흡해 유족들의 시위와 폭력이 수반되기 다반사다. 겨우 국민 모금운동이라도 벌어지면 그나마 다행인 것이 현실이다.
그럼 이런 일들이 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지 그 이유를 짚어보면 의외로 그 답은 쉽다. 돌이켜 보면 그간 숱한 대형 사고들도 모두 인재로 인한 사고가 태반이어서 그럴 게다. 사전에 충분히 방지가 가능한데도 안전불감증 등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어서이다. 다시말하면 조그만 부주의가 만들어낸 사고이지 불가항력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때 고도 성장속에서 안전을 무시한 채 오직 성과위주와 빨리빨리만 강조하다보니 '대충대충, 적당주의'가 판치고 이는 곧바로 안전 불감증으로 나타나게 됐다고 보면 된다. 적당주의가 우리 온 사회를 지배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 해야 옳다.
따라서 모든 것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무원칙'이 '원칙'이 된지 오래다. 인허가에 편·불법 개입이 태반이어서 안전은 무시된 채 많은 공사가 시행돼 곳곳이 화약통이자 지뢰밭이 됐다. 언제 어디서 무슨 사고가 날지 국민들의 불안심리는 자꾸 커져가게 됨은 물론이다. 이는 앞으로 제 2, 3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예측되는 대목이어서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정부당국의 각종 대책은 국민들에게는 공염불이다. 대책을 내놓고 얼마 있으면 더 큰 사고가 터져 온 것이 현실이어서 그렇다. 공황심리마저 나타날 지경이었던 것이 이 나라라고 보면 된다. 결과적으로 안전불감증이 온 나라를 지배한 꼴이 됐다. 이번 이천 냉동창고사건처럼 오십 명이 넘는 인원이 작업하는데도 안전 교육과 작업장내 위험ㆍ위해 요소들을 감독하는 책임자 하나 없었던 모양이다. 과거의 씨랜드화재사고도 보자. 불에 약하고 맹독성 가스를 품어내는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진 컨테이너 박스 건물에 어린 아이들을 마구잡이로 수용하면서 창문마저 걸어 잠갔다고 한다. 설마 하면서 그랬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니겠는가. 인천 용현동 호프집 화재도 상황은 같다. 인재의 구성요소를 모두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그간의 무원칙, 적당주의에 우리 모두가 물들어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이래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다시한번 안전의식을 가다듬어야 함은 당연하다. 필요하다면 전국을 대상으로 안전시스템, 안전 그물망을 만들어보자. 국민을 상대로 한 안전의식 교육 강화와 함께 해당 사업자나 근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이 범 정부 차원에서 시급하다. 그리고 안전조치가 미흡한 대상이 있다면 가차없이 시정을 요구하길 주문한다. 그래야만이 빨리 인재공화국이라는 사슬을 끊어 낼 수가 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