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외. 교육공무원들과 함께 찾은 현지의 입시현실은 답답했다. 한국의 사교육을 피해 영어라도 해보자고 찾아 온 영국 땅에서 한국보다 더 비싼 과외를 해야 하는 학생들의 현주소. 그들이 겪어야 하는 현지 적응고민, 귀국해서 또 당하는 학생들의 학습 부진 등. 영국의 수월성 교육과 한국식의 사교육에 휘말린 학부모들이 감내해야 하는 비용과 노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좋은 대학과 더 좋은 미래를 지향하는 노력들이 계속되는 한 어떤 교육정책도 효과가 없어 보였다. 입시문제는 제도와 정책의 문제로 풀 것이 아니라 국민적 근성에 기초해야 한다는 지적이 더 타당하게 들렸다.
인재. 외형적으로는 수월성 교육과 우수함을 내세우지만 시쳇말로 그것이 명문대학 졸업장을 의미한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가 첫 작품으로 내세운 청와대 수석들의 면면도 그 범주에 속한다. 그들이 미국 유학중이었던 70~80년대. 경제적 사정으로 상고나 공고를 나온 친구들이 이제 공장에서 은퇴했거나 명퇴를 당할 나이에 화려하게 권력의 핵심을 차지하는 현실. 이제 외국 유학 경력에 박사가 아니면 인재가 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이런 현실 앞에 우리의 부모들은 과연 어떤 교육방식을 선택할 것인가. 바로 그것이 기러기든 펭귄이든 독수리든 교육을 위해 가족과 생이별을 감행하는 실제 이유다. 2%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자식의 가능성을 키워주려는 부모들이 있는 한 제도가 어떻게 변하든 사교육과 입시시장이 결코 없어지지 않는 이유다.
출세. 힘 있고, 좋은 자리는 모두의 선망대상이다. 이 절호의 기회에 자리 하나 차지하자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장관도 청와대도 마다하고, 총선을 통해 국회의원이 되려는 이른바 MB맨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CEO형 대통령 밑에서 불안한 자리를 맡기보다 확실한 임기가 보장되는 자리를 선호하는 것이다. 물론 국회의원에게는 면책특권도 있고, 장관에 버금가는 예우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이 없는 청와대 보다 오후에 개원하는 국회가 더 살맛이 난다. 책임을 지는 자리보다 호통치는 자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보신. 실용정부의 이미지와 국민의 여망에 맞게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희생하려는 사람보다 보신을 위한 눈빛들이 번득인다. 당내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페어플레이 보다 강짜를 부렸던 욕심의 정치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힘든 자리는 피하고, 국회의원만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국가를 책임지는 집권당의 첫째 덕목이 자기희생이라는 것을 잊고 있는 것이다. 권력은 전리품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맡겨진 자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고 있다.
인수위 피로증후군. 그것은 설익은 정책발표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험난한 국정과제들을 돌파해나갈 희생정신으로 무장된 MB 맨들이 눈에 띄지 않는데서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도 인재라고 선택된 사람마다 꼬리표가 붙어다닌다. 소망교회, 고대, 영남, 미국 등. 그래서일까.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