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르코지의 지지도 추락을 보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생각한다.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지 5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위기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지율이 35%대에 불과하다는 뉴스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일로 부터 퇴임하는 날까지 언론과 날선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에 대한 유력 언론들의 집중 옹호와 홍보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갈수록 냉담해지고 있다. 왜 그럴까.
첫 번째 이유는 국정의 신뢰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들은 대운하가 국가의 중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는 대운하에 맞서 한중 열차페리를 주장했지만 지금 열차페리가 국정의 중요 과제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대통령이라면 선거공약과 국정과제를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해프닝에 가까운 정책의 번복과정을 지켜보면서, 프로가 아닌 짝퉁일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국익과 사익의 혼동에 있다. 대통령이 자주 인용하는 '프랜들리'가 그 예다. 국가간 외교에는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다고들 한다. 오직 자국의 이익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친미와 FTA 타결만이 경제 회복이라는 등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FTA가 국내 산업의 돌파구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장의 개방으로 거리로 내몰릴 농민과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는 빈약하다. 졸지에 생활보조금 수령자로 전락할 국민들의 좌절과 분노를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려는 강박관념에 있다. 그와 반대로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공기업 민영화와 혁신도시 재검토, 정부조직 재편과 공무원 감축, 햇볕 정책과 남북한 관계 재검토 등. 노무현 정부 혹은 DJ 정부때 시행되었던 정책들은 모두 원위치를 강요받고 있다. 물론 원위치 혹은 폐지해야 할 조직과 정책이 있다. 그러나 폐지가 되면 그들에게 어떤 혜택이 있는지를 설명하는 사람은 없다. 한때 이공계 출신 부모가 자식을 이공계에 절대 보내지 않겠다던 약속처럼 '얼리버드'와 정원감축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이 공직자의 길을 후회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넷째, 대통령은 현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속내를 보지 못하고 있다. 광우병 촛불시위를 집시법으로 단속한다는 발상을 보면서 5공의 망령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안 사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발언 또한 무례함의 극치다. 청소년들의 시위를 선동의 배후자나 정보의 왜곡에서 찾는 정책발상도 마찬가지다. 중고생들은 급식을 통해 중국산으로 대변되는 싸구려 음식을 먹고 있다. 앞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급식에 오를 것은 뻔하고, 식사 때마다 자신이 광우병에 걸릴 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해야 한다. 1980년대 에이즈에 대해 국민들이 가졌던 알 수 없는 죽음의 공포감을 그들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먹고 싶은 학교급식이 되도록 근본적 개선대책을 마련하기 보다 탄압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
사르코지와 달리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의 지도자로서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것은 세상사를, 국정과제를 경제만의 시각이 아니라 인간 삶의 문제로 보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제를 현재의 인적 시스템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를 우선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