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듯 폭력은 물론 폭언까지 절대 금지하는 영국 의회에서 유일하게 무제한 보장되는 것이 의원들의 말이다. 의회(Parliament)는 프랑스어로 파를르망(Parlement), 즉 '지껄이는(Parler) 곳'이다. 따라서 영국에서는 '침묵의원'이란 별명이 붙게 되면 의원으로서 끝장을 보게 된다. 또 영국인들은 의회의 활발한 토론이 내란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시가전보다는 선거로, 총알보다는 투표용지로, 적의 머리를 때려부수기보다는 그 수를 헤아리는 것으로, 타협의 방식을 지키는 것이 의회정치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신형식 '영국의회'> 의회의 '비폭력'과 '무제한 발언' 원칙은 영국이 수백년의 시행착오 끝에 정착시킨 대의민주주의의 대원칙이다. 하지만 우리 국회는 연륜이 짧은 탓인가, 종종 대의민주주의 구조를 이탈하기 일쑤이다. 물론 불가피하게 광장의 여론이 야당을 대체했던 시절, 즉 민주화 과정이 있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정상적인 선거를 통해 집권을 경험했던 정당들 아닌가. 이제 야당이 광장에서 공권력과 폭력의 선후를 시비하고, 국회를 침묵시키는 수준은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야당이 국회 발언을 포기하고 광장의 여론에 휩쓸리면, 정권 대 광장의 정치 사이에서 야당이 설 자리가 없어지기에 그렇다.
신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