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독도에 대한 짝사랑을 노골화한 시점은 1950년대부터라 할 수 있다. 이때부터 '독도는 예부터 일본 영토라는데 의심이 없다'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며 평화적 수단으로 꾸준히 해결을 추진하겠다' '다케시마는 우리 영토며 이같은 사실은 변함이 없다' '독도는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 일본 영토이자 시마네현 5개 촌에 속해 있다' 등등 망언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여기에는 어마어마한 음모가 숨어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우리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커지고 있다. 드러내놓고 외친 구호는 독도를 일본 땅으로 예속시킬 근거 마련을 위한 시간벌기 속임수로, 이면에는 국제적으로 독도가 일본 땅이었음을 정당화시키는 작업을 착실히 진행시켜 왔다.
최근 숨가쁘게 진행된 사건만으로도 독도를 향한 일본의 치밀하고 은밀한 외교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임을 주장하는 내용을 명기하기로 하는 한편 섬으로 분류된 독도명을 국제법상 영유권 인정을 받을 수 없는 암석 개념인 '리앙쿠르 암'으로의 주제어 변경을 미국 의회도서관을 상대로 시도했다. 미의회 도서관 주제어는 미국 공공 및 민간 도서관, 각종 연구실에서 도서와 자료를 분류하는 기준이 되며, 각국에서도 이를 준용할 공산이 크다는데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막은 것이 정부가 아닌 캐나다와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두 한국 여성이라는데서, 나라사랑 독도사랑을 외쳐온 우리 정부가 독도를 지키기 위해 해온 노력과 성과물이 있는지 묻고 싶다. 없다면 뼈를 깎는 고뇌가 있어야 할 것이다.
독도는 국토 외에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우선 독도 주변 해역은 황금어장이다. 또 군사적 및 해양과학적 가치로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특히 세계적인 지질유적지대로 연구 가치가 뛰어나다. 태평양 일대 수심이 얕은 수중바위에 콘크리트를 쌓아올려 내 땅임을 주장하고, 이를 기준으로 영해까지 선포하는 섬나라 일본의 집요한 팽창주의로 볼때 독도는 포기할 수 없는 꿀단지임에 틀림이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떤 구실을 만들고 있는지 항상 경계의 대상이 친절한 이웃을 가장한 일본이다.
정부의 대응 방향과 의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영토 수호를 위한 군병력 주둔을 장기적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저광물질조사단 구성과 활동, 국민의 독도 접근권 보장, 해양호텔 건립과 독도관광 상품 개발 등 '독도 유인도화' 대책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독도 뿐아니라 동해를 되찾는 외교적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을 천명했다. 국회도 독도를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하고, 학술자료 축적과 보호관리계획을 수립 시행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일련의 행동은 독도의 실효적 지배보다 실질적 소유를 위해 진작 이뤄졌어야 했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데서 위안을 갖는다. 그렇다고 걱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들끓는 민심이 잠잠해지면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냄비근성이 우려돼서다. 흥분은 가라앉히되,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하나하나 독도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강조하지만 이번에는 제스처가 아닌 진정성을 담보로 한 지속성을 믿고 싶다. 일본이 지난 50여년을 준비했다면, 손 놓은 50년을 위해 우리가 공들여야 할 시간과 노력의 분량은 그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