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기물 처리비용을 줄이기 위해 포천 지역 가구공장들이 MDF를 땔감용으로 대량 공급하고 있는가운데 8일 가산면 일대 한 공장에 MDF가 산더미처럼 쌓여져 있다. /최원류기자 choiwr@kyeongin.com

폐기물인 MDF가 섬유공장에서 땔감으로 불법 소각되고 있는(경인일보 10월6일자 1·3면 보도) 것과 관련, 포천 지역 가구공장들이 폐기물 처리비용을 줄이기 위해 MDF를 땔감용으로 대량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에 따르면 9월말 현재 포천시에 등록된 가구공장은 158곳으로, 무등록 공장까지 합치면 모두 6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대부분 MDF를 사용해 가구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공장들은 t당 15만원 정도의 높은 처리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구 제작후 남은 MDF를 야산 등에 무단 폐기해오다 최근들어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섬유공장 등에 땔감용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료비를 줄이려는 섬유공장과 폐기물 처리비용을 줄이려는 가구공장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8일 오후 가구공장들이 밀집돼 있는 가산면 A공장에는 가구를 만들고 남은 MDF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동안 섬유공장 등에 땔감용으로 공급해오다 겨울철을 앞두고 공장내 난방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남겨 둔 것들이다.

공장 관계자는 "그동안 MDF가 땔감용으로 공급된 게 사실"이라며 "수천만원씩 들어가는 처리비용이 부담돼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에는 당 4만원씩에 처리하는 수집운반업자들에게 맡기면 이들이 MDF를 섬유공장으로 실어나른다"고 귀띔했다.

이 일대 다른 공장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그나마 일부 규모가 큰 공장은 소각로를 설치해 자체 소각처리하고 있었지만 600여곳에 달하는 가구공장 중 합법적으로 소각로를 설치한 곳은 40여곳에 불과한 상태다. 나머지 공장들은 3천여만원에 달하는 소각로 설치비용에, 2년에 한번씩 1천여만원이 들어가는 검사비용을 감당치 못해 대부분 땔감용으로 MDF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일부 공장들은 무허가로 소각로를 설치, 자체 소각처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일대 600여 가구공장 중 사업장 폐기물 배출자 신고를 한 곳은 20여곳으로, 가구공장 한곳에서 MDF를 1일 평균 1t 가량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가구공장이 1일 평균 600t가량을 사용하고 이중 8%인 48t가량이 버려진다는 계산이다.

포천가구사업협동조합 윤종하 회장은 "대부분이 4인 규모 이하의 영세공장인데 오죽하면 땔감용으로 공급하겠느냐"며 "생존이 달려있는데 무조건 불법이라고만 할게 아니라 영세 공장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