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인지 정치인들은 선거철 유세에 빠짐없이 재개발개념의 뉴타운을 주창한다. 뉴타운 건설 여건이 갖춰졌다고 생각하는 구 도심 주민들의 요구 또한 많아지고 있다.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 지역구의 목소리에 부응, 슬럼화하는 도시를 정비해 번듯한 도시로 재탄생시킨다면 나쁘지 않은 빅딜이다. 사업 초기인 지구 지정 단계에서부터 그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의 속사정을 살피고 여론을 수렴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과정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한데 문제가 발생했다. 뉴타운사업을 위한 법인 '도시재정비촉진을위한특별법' 탄생부터 조급성을 보였다. 2005년 6월 서울시가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고, 국회는 의원발의안 3개를 뭉뚱그려서 6개월만인 그해 12월 말 도촉법을 내놨다. 도깨비 방망이로 새법을 만들어냈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그 이후 뉴타운으로 대표되는 도시재생의 광풍이 수도권을 뒤덮었다. 낙후된 지역의 정비를 내세워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바라는 주민들의 기대심리를 이용한 정치권의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뉴타운 개념은 19세기 하워드의 전원도시론(田園都市論)에서 시작됐다. 영국은 이후 뉴타운법에 의한 뉴타운정책을 국가정책으로 채택했고, 이 것이 세계적인 도시 정책으로 정착된다. 뉴타운정책에는 엄격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인구는 일정수의 상한선을 두고 계획해야 한다. 자립·자족적인 도시경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토지이용을 다양화해야 한다, 개발제한 구역이 도시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야 한다. 단계적 개발을 계획하고, 토지를 공유화해야 한다." 이는 계획인구의 상한선(보통 2만~25만)을 둠으로써 대도시와 같은 무한정 팽창은 하지 않으며, 다른 대도시 주변의 위성도시처럼 의존성 경제구조를 가지지 않고 독자적인 경제적 기반을 갖추고 있어 주민들이 모두 그 도시 안에서 고용되고 필요한 생활필수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한 것이다. 또한 주택·상업·공업·녹지 등 다양한 토지이용을 갖추고 불필요한 도시확산을 방지하고 녹지대를 도시경계선 주위에 설정해야 하며, 도시를 일시에 모두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10∼20년의 장기간에 걸쳐 개발해야 한다는 대명제를 제시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 대도시의 인구 및 산업집중방지책으로 위성도시의 건설과 지방공업단지의 조성 등도 뉴타운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 원칙에 맞춰 진행된다기 보다는 기초단체장의 의지와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다는데서 큰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오죽하면 국회의원 출마 공약으로 뉴타운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해 곤욕을 치른 사례도 나오고 있다. 또한 자치단체장이 과업용으로 선심을 쓰면서 연계개발 실패는 물론 그 도시만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정체성 상실로 이어진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속에 있는 입주자, 즉 조합원이 아닌 세입자들을 위한 배려가 없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과 반목 등 사회적 비용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다. 따라서 빨리 빨리가 아닌 도시연계성을 감안한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접근, 쏠림현상이 아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상생의 원칙, 선 지정이 아닌 선계획 후 지정 및 개발의 절차 등이 뉴타운 필수 조건이라는 생각이다. 도시재생을 위한 뉴타운사업 단지에서 생활하는 모든 주민은 같이 잘살아야 하는 우리 국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