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인하대교수, 객원논설위원)
전국이 자동차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빵빵거리는 경적으로 소란스럽고 내뿜는 독가스로 공기가 혼탁하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길을 걷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 실제로 교통사고율도 선진국보다 훨씬 높다. 모든 도시가 자동차위주로 편성되어 있다. 자동차에 밀려 사람은 위축되고 왜소해진다. 주차장과 도로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쫓겨나고 있다. 도로를 넓히기 위해 집을 철거하고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공원이나 어린이 놀이터까지 없애왔다. 차가 밀리면 도로를 넓히고, 도로를 넓히니 길거리 자동차가 늘고, 또 도로를 넓히는 악순환 속에서 사람이 사는 생활공간을 자동차에게 빼앗겨 왔다. 자동차가 주는 편리함보다는 자동차 때문에 잃어버린 삶의 터전이 너무나 크다. 지금도 사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자동차를 위한 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사람은 뒷전에 있고 사람이 자동차를 모시고 사는 세상이다.

이제는 더 이상 자동차에게 내어줄 공간이 없다. 발상을 전환할 때가 되었다. 지금 단계에서 최선의 교통대책은 차가 밀려도 더 이상 도로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 자동차를 타고 나와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밀리게 되면 차량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차량의 속도가 걷는 속도 이하로 떨어지면 사람들이 차량을 버리고 싶어진다고 한다. 마침 서울 세종로의 16차선 가운데 6개 차선을 잘라내어 공원을 만든다고 한다. 불과 210m에 불과한 공원이지만 상징성은 매우 크다. 자동차에 빼앗긴 도로를 흙으로 채워 공원으로 가꾸어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시내 곳곳의 8차선 도로에서 4개 차선만 남기고 나머지 4개 차선에 나무를 심고 잔디를 가꾸고,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낸다고 상상해 보자. 4차선 도로에서는 2개 차선을 남기고 나머지는 2개 차선을 마찬가지로 만든다고 해보자. 도심을 가로질러 수십㎞가 푸른 숲으로 연결되어 있는 도시모습을 생각해보자. 교통체증에 짜증을 내며 자동차 안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훨씬 살맛나는 도시의 모습이다.

이렇게 발상을 전환해보면 그동안 도로를 넓혀왔던 것도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도로를 비축된 공원부지로 바꾸어 생각해보면 새로운 도시의 지평을 열 수 있다. 주차장도 쌈지공원으로, 어린이 놀이터로 바꾸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도심의 백화점이나 관공서에서는 더 이상 주차장을 짓지 않는다. 지을 땅도 없거니와 주차장이 교통문제를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타고 오는 것보다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도록 되어 있다. 주말에 주차하는 시간에 자전거를 이용하면 충분히 쇼핑을 마칠 수도 있다. 건축법규에는 건물을 지을 때 최소 주차면적을 확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발상을 바꾸어 최대 주차면적을 제한하는 방안도 도입해 볼만하다. 주차장이 제한되어 주차가 힘들어지면 자연스럽게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도심에서 대부분의 자동차는 2㎞미만을 이동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한다. 2㎞정도면 도보로 걸을 수 있는 거리다. 그 짧은 거리를 구태여 차로 이동하는 이유는 걷는 것이 위험하고 공기가 불쾌하기 때문이다. 수십㎞에 이르는 도로에 숲이 우거지고 잔디가 깔린 공원을 조성한다면 자동차 통행의 절반은 도보, 자전거로 대체될 것이다. 마침 정부가 나서서 자전거산업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4대강변이 아니라 도심에 만들어야 한다. 인도에 선을 그어 자전거도로로 둔갑시키는 탁상행정으로는 안 된다. 자전거도로를 별도로 만들자면 막대한 예산이 든다. 차라리 자동차를 위한 도로의 차선을 잘라 나무를 심고 자전거도로와 인도를 넓히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자전거에 대해 자동차보다 우선권을 주고, 보행자에게는 자전거에 우선권을 준다. 자전거 신호체계를 정비하고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게 되면 자동차도로의 반을 공원으로 만들어도 차는 밀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동차이용량이 절반으로 줄기 때문이다. 자동차로 뒤덮인 회색의 도시를 녹색도시로 바꾸는 즐거운 꿈은 불가능하지 않다. 같은 꿈을 꾸는 시민들이 손에 손을 잡으면 현실이 될 수도 있다.